한 해의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지난해 87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나랏빚도 급증했다. 국가채무는 전년 대비 59조 4000억 원 늘어난 1126조 7000억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GDP 대비 50%를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한 국가부채도 2400조 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11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총수입(573조 9000억 원)에서 총지출(610조 7000억 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6조 8000억 원 적자를 냈다. 특히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7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로 전년 -5.4%에 이어 다시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3%이내 관리에 실패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코로나19(-4.4~-5.8%.2020~2021회계연도)와 외환위기(-4.6%. 1998년 회계연도)라는 특수한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3.6%, 2009년도)보다 0.3%포인트가 높았다.
나랏빚도 급증했다. 국가채무는 전년 대비 59조 4000억 원 늘어난 1126조 7000억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GDP대비 50%를 넘겨 50.4%를 기록했다. 국가채무는 2018년까지만 해도 680조 원, GDP 대비로는 35.9%에 불과했다. 전임 정권 내내 확장 재정과 선심성 현금 살포 정책에 적자와 나랏빚이 동시에 커졌고, 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도 힘을 쓰지 못했다. 실제로 국가채무를 우리 인구 수(5123만 명, 올 1월 기준)로 나누면 국민 1인당 채무 규모는 2195만 원으로 2022년보다 120만 원 늘었다.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난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6년(1213만 원) 대비로는 무려 982만 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국가채무에 미래에 지급해야 할 공무원·군인연금을 포함한 국가부채는 2439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13조 3000억 원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국가부채에는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빚은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보편적 재정 투입 대신 핀셋 지원을 통해 재정 누수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22대 총선을 치르며 여야가 앞다퉈 내놓은 공약 청구서를 이행할 경우 부채 규모는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어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국가재정 결산 보고에 앞서 국무회의에서 “재정은 국가 경제의 마지막 보루”라며 “역대 최고 수준의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재정 총량을 엄격하게 관리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3년 예상치 못한 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출 구조조정 노력으로 추가 국채 발행 없이 국가 채무를 계획 내에서 관리할 수 있었다”며 “건전 재정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면서 미래 세대에게 빚과 부담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의결된 결산보고서는 감사원 감사를 거쳐 5월 말 국회에 제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