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로는 두렵습니다. 이번 선거결과가 민주당의 잘해서라기보다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력, 무책임, 무비전을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3일간 전국을 종횡무진 누비며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과반을 이끈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의 목소리에는 총선 승리의 기쁨보다 준엄한 민심의 무게감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민주당이 22대 총선에서 목표치인 151석을 훌쩍 뛰어넘은 성적을 얻었음에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선거운동을 마무리했다. 선거를 이끈 이재명·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민주당이 승리의 기쁨을 즐기기 앞서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1일 오전 10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선대위 해단식’에 줄지어 입장했다. 지역구 의석 161석에 비례대표 14석이라는 성적을 거둔 직후였지만 이 대표의 표정은 시종일관 차분했다.
이 대표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민주당에 과반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의 승리나 당선의 기쁨을 즐길 정도로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면서 “선거 이후에도 늘 낮고 겸손한 자세로 주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해찬 위원장도 민주당 후보들의 ‘막말 논란’을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서 말을 함부로 하거나 겸손하지 않은 말을 하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그로 인해 우리가 의석을 꽤 많이 잃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짚었다.
김부겸 위원장도 무거운 표정으로 민주당에 남은 과제를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서 이 정부의 흔들리는 국정 방향을 바로잡도록 제 역할을 하겠다”면서 “이제부터 민주당도 심판을 넘어 책임과 대안을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해단식에서는 과반 의석 달성을 자축하는 박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지도부는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며 6초간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