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尹대통령·여당의 대변화와 쇄신이 국민의 명령이다 [사설]


윤석열 정권의 중간 평가 성격으로 치러진 4·10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108석을 얻어 참패하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 175석의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몰아줘 국민의힘을 총선 3연패의 수렁에 빠뜨린 국민의 심판은 매서웠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이 같은 결과를 대대적 변화와 뼈를 깎는 쇄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윤 대통령이 11일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밝힌 것은 일단 바람직한 자세다. ‘식물 정부’가 되지 않고 국정 동력을 회복하려면 윤 대통령이 더 낮은 자세로 반성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국정의 대변화는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자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소통 부족과 독선의 국정 운영 스타일도 바꾸고 수직적인 당정 관계도 건강하게 수평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 지난해처럼 여당 대표 선출에 대통령실이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윤 대통령이 불통 리더십에서 벗어나려면 각계의 원로들과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 높은 식견과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헌법 가치 수호와 한미 동맹 강화, 구조 개혁 추진 등을 위한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의대 정원 문제로 불거진 의정 갈등도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할 것이다.



국정 쇄신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적 쇄신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의 일괄 사의 표명으로 뒤따를 내각과 대통령실의 인사 개편은 실력과 도덕성을 최고의 기준으로 삼아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검찰 출신 등 윤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인물들을 핵심 요직에 집중 배치하거나 흠결 논란이 있는 인사 기용을 강행하는 사례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런 관행이 이어진다면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와 ‘총선 참패’ 등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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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은 야당을 투쟁과 대립의 대상이 아닌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야당 수장과의 회동을 거부하지 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건 없이 만나 전략산업 육성을 비롯해 경제·민생 살리기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과오와 실수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기대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과 비전 제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또 공정과 상식·원칙을 중시하는 정책을 통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등 환골탈태해야 ‘보수 위기’의 늪에서 벗어나고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집권당의 자책골로 압승을 거둔 거대 야당도 선거 승리에 도취해서는 안 된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당면한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22대 국회 내내 굳게 지켜야 한다. 만약 21대 국회에서처럼 압도적 의석만 믿고 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방송법 등을 일방 처리하는 입법 폭주를 일삼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에 주력한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입법과 예산심의를 포함한 의회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은 국정의 발목을 잡고 무조건 반대하는 구태를 접고 대안을 제시하고 협치를 모색하는 국정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틈만 나면 대통령 탄핵과 개헌, 특검 실시 등을 주장하고 있다. 가족의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조 대표는 국민이 부여해준 국회의원직을 정치적 복수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범야권에 192석을 몰아준 국민의 명령은 국정을 공동으로 책임지라는 데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여권은 이번 선거에서 폭발한 성난 민심을 살피며 더 낮은 자세로 국정 쇄신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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