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갈 일 없어?”
올리브영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저를 늘 못 마땅해 하던 남동생이 매장 앞에서 채근을 하더군요. 웬일인가 싶어 따라 들어가 보니 데오드란트를 사려는 모양이었습니다. 요즘 한낮 기온이 20도 중반까지 올라 반팔·반바지 차림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잖아요. 더위를 별로 타지 않는 저도 점심 식사 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당기는 것을 보면 때 이른 더위가 찾아왔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과거 서양에서 널리 사용됐던 데오드란트는 몇년새 국내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철 땀이 많은 이들의 에티켓을 지키기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스프레이·롤온(앞에 달린 공에 묻은 액체를 바르는 형태)·스틱(딱풀과 유사한 형태)·티슈 등 제품 형태로 다양해졌죠.
그런데 의외로 데오드란트의 용도를 혼동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흔히 암내라고 하죠? 드럭스토어 등에서 구매하는 데오드란트는 땀 때문에 나는 불쾌한 냄새를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화장품입니다. 땀 냄새를 완화하는 탈취제에 가깝다고 봐야 하죠. 겨드랑이 땀샘의 일종인 아포크린 샘의 분비물(땀)은 본래 무균 상태로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피부 표면에 있던 세균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암모니아가 특유의 시큼한 냄새를 풍기게 되는 건데요. 액취증이 심하지 않다면 데오드란트를 사용하거나 항생제 비누로 자주 씻어주는 것 만으로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회색 옷을 입은 채 외출했다가 겨드랑이 부분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서 당황했던 트라우마(?)가 있다면 데오드란트 보다는 땀 분비 억제 효능이 있는 의약품을 사용하는 게 적절해 보입니다. 병원의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이기 때문에 약국에서 쉽게 구매도 가능합니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땀 분비 억제제는 헤일리온(옛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드리클로’일 겁니다. 1998년 국내에 처음 소개돼 인지도가 높아진 덕분인지 30년 가까이 약국 판매 1위를 지키고 있죠. 드리클로는 에탄올과 정제수에 주성분인 염화알루미늄을 녹인 용액입니다. 겨드랑이·손·발·등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바르면 알루미늄 염이 피부의 점액 다당류와 복합체를 형성해 젤리 형태의 막을 형성하거든요.
물리적으로 땀이 나오는 입구(에크린 샘)를 막아 땀이 나는 것을 억제하는 원리입니다. 염화알루미늄 성분의 땀 분비 억제제는 전부 동일한 원리로 작용합니다. 제품마다 염화알루미늄의 농도와 용량·주성분을 녹인 용매 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신신제약(002800) ‘노스엣’은 드리클로와 주성분의 농도, 용매까지 동일한데 용량이 30ml으로 드리클로(20ml)보다 많습니다. 광동제약(009290) ‘스웨클로’는 이 두 제품과 염화알루미늄 농도가 동일한 대신 용매로 정제수만 사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알코올에 의한 피부 자극을 줄이고 알코올 성분 때문에 옷이 검게 변하던 단점을 보완하려는 의도라고 해요. 물론 알코올은 세균 소독효과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빼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신신제약은 염화알루미늄 농도를 12%로 줄인 ‘노스엣센스’도 별도로 판매 중입니다. 주성분 함량이 낮아진 만큼 자극감이 줄어들었지만 땀을 억제하는 효과는 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피부가 예민해 염화알루미늄 농도가 20%인 제품을 쓰면서 자극감을 느꼈거나 땀이 심하게 많이 나지 않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 한 제품이죠. 언급하지 않았어도 이런 기준을 참고해 제품을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땀 분비 억제제의 올바른 사용법은 외출 직전에 바르는 게 아니라 저녁에 바르고 다음날 아침 물로 씻어내는 겁니다. 땀이 멈출 때까지 매일 밤 1번씩 사용하고 증상이 나아지면 주 1~2회로 줄이면 되죠. 자기 전에 바르라는 건 땀이 제일 안 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제모 후 바로 땀 분비 억제제를 바르면 피부에 자극이 많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