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034220)가 중국 BOE를 제치고 2위를 탈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업체가 진입하지 못한 프리미엄 패널 기술을 무기로 단가와 공급량을 동시에 끌어올린 효과로 풀이된다. 기술 우위를 앞세워 삼성디스플레이도 시장 선두를 지켰다.
12일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기준 55%의 연간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가 16.6%로 2위, BOE가 15.8%로 3위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분기 2%포인트 차이로 BOE에 2위를 내줬지만 약 9개월 만에 2위 자리를 되찾았다. 당시 BOE 시장 점유율은 19.5%, LG디스플레이는 17.5% 수준이었다. 지난해 2분기에는 양 사의 격차가 3%포인트 넘게 벌어졌지만 하반기 들어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OLED 물량 확대를 통해 추월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시장점유율은 22.1%를 기록하며 분기 기준 점유율 20%대를 돌파했다.
중소형 OLED의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50조 원(378억 달러)을 넘겼다. 이 시장은 2020년 들어 40조 원 후반에서 성장이 정체됐고 코로나19 직후인 2021~2022년에는 스마트폰 수요 침체로 규모가 더 축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태블릿과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처가 늘어나면서 다시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도 국내 디스플레이 양 사가 점유율을 수성할 수 있었던 것은 프리미엄 기술을 탑재한 고부가 패널 판매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애플은 아이폰15 시리즈에서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적용 모델을 2개까지 늘렸는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해당 제품에 LTPO OLED를 전량 공급했다.
LTPO OLED는 BOE가 주력하는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대비 소비전력을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어 프리미엄 IT 기기 적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패널 가격 역시 LTPS 대비 2.4배가량 높다. LTPO 방식을 적용한 중소형 OLED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지난해 86.4%(삼성디스플레이 47.5%, LG디스플레이 35.5%)의 점유율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12.4% 수준이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애플을 중심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우선 내년 출시하는 아이폰17에는 전 모델 LTPO 방식이 적용될 것이 유력하다. 애플 신형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될 OLED 패널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전량 공급한다. LG디스플레이는 13인치 OLED 패널 450만 장, 삼성디스플레이는 11인치 모델에 400만 장 규모의 패널 공급이 예상된다.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의 1대당 평균 공급 가격이 50~60달러인 것과 비교해 아이패드 OLED 패널 가격은 380~390달러(13인치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매출 기여도도 더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BOE가 2021년부터 LTPO 대량 양산을 시도하고 있지만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공정 수준이 높아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OLED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가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소형 OLED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옴디아는 2025년에는 중소형 OLED 시장 규모가 398억 달러를 기록한 후 2026년에는 408억 달러로 400억 달러 벽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