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이 12일 여당의 참패로 끝난 22대 총선 결과에 대해 "독단과 불통 대신 소통과 협의를 통해 정책을 추진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선거가 끝난 지금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생각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비대위는 “많은 국민이 의료개혁이라는 대의에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정책이든 합리적인 근거와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면 기나긴 파행을 거쳐 결국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이번 선거 결과가 여실히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떠난 지 2달 가까이 되면서 남은 의료진과 교수들이 주 100시간이 넘는 근무에 지쳐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련병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급여삭감 또는 희망 퇴직을 받는 현실을 거론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희귀질환과 중증 환자 진료,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지며 버텨온 병원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그 상처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며, 의료 파국을 막기 위해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비대위는 "두 달 간의 혼란과 갈등이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이면의 문제를 드러냈다"며 "전공의들의 값싼 노동력과 필수의료분야 의료진들의 희생으로 유지되어 온 비뚤어진 의료 체계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의사 숫자에 대한 갈등에 매몰되어 정작 더 중요한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의료 소멸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실정됐다는 지적이다.
비대위는 “필수의료의 주축이 될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고 수련병원의 진료가 정상화돼 국민들이 불안함을 떨쳐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 교수들도 본연의 업무인 환자 진료와 교육, 연구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의료계 모두 살을 깎는 심정으로 국민을 위한 진정한 의료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 그러려면 정부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의사 증원 정책을 강행함으로써 숫자에 매몰된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의사 증원 규모와 필수·지역 의료의 미래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