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 루나엑스CC와 디아너스CC 매각 작업이 흥행하면서 거래가가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콘도와 워터파크 등 유휴시설이 포함돼 있는 디아너스CC에 다수 후보가 몰려 당초 태영 측이 희망했던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골프장이 상당 규모의 보증금 부채가 있거나 담보로 묶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태영그룹이 실제 확보할 자금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과 매각주관사 삼일PwC는 지난달 말 루나엑스CC·디아너스CC 등 두 골프장에 대한 본입찰을 실시해 5~6곳의 후보로부터 제안서를 받았다. 응찰 후보들 중 방송 및 레저, 정보통신(IT) 사업을 영위하는 KX(122450)그룹(옛 KMH)이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힌다. KX그룹은 수도권 최대 대중제 골프장인 클럽72(옛 스카이72)를 비롯해 신라CC·파주CC·알펜시아CC 등 전국에 7개 골프장(225홀)을 운영하고 있다.
두 골프장은 경북 경주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골프장 인근에 기반을 둔 중견·중소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입찰에 경쟁이 붙었다.
이에 따라 거래가도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태영 측의 희망 매각 가격은 디아너스CC 3000억 원, 루나엑스CC 1500억 원 수준이었다.
루나엑스CC는 태영건설(009410) 계열사인 블루원이 운영하는 24홀 규모 대중제 골프장이다. 지난해 약 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태영건설이 공동 조성한 펀드에 담보로 잡혀 있어 이번 매각 대금은 한국투자증권이 회수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입금과 유동화증권 차환을 위해 결성된 2800억 원 규모 펀드에 2000억 원을 출자하면서 루나엑스CC를 담보로 설정했었다.
디아너스CC는 블루원이 소유한 27홀 규모 회원제 골프장이다. 본입찰에서 약 3200억 원을 제안한 인수 후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외에 콘도와 워터파크·웨딩홀도 포함돼 원매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에는 약 2000억 원의 회원권 보증금과 500억 원의 차입금이 포함돼 있어 인수자의 실제 납입액은 500억~7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입찰에는 루나엑스CC와 디아너스CC 두 곳을 모두 인수하기를 원하는 후보와 한 곳만 인수하려는 후보 모두 참여했다. 태영그룹은 원활한 매각을 위해 골프장 소유권 뿐만 아니라 운영권도 함께 넘기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태영그룹은 블루원 소유 골프장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용인CC와 상주CC를 담보로 한림건설로부터 2000억 원을 조달한 바 있다. 한림건설이 골프장을 임차하는 대가로 보증금을 지급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이었다. 블루원은 임대차 보증금으로 받은 2000억 원 중 600억 원을 기존 담보대출 상환에 쓰고 남은 1400억 원을 태영건설 운영 자금으로 확보했었다.
두 골프장 매각이 예상보다 순항하고 있지만 현재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재무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디아너스CC의 보증금 및 차입금을 뺀 실제 매각 자금은 최대 700억 수준에 불과한 데다 루나엑스CC 매각 금액은 고스란히 한국투자증권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태영건설은 부채(5조8429억 원)가 자산(5조2803억 원)보다 많은 자본 잠식 상태로 지난달 14일부터 주식 매매 거래가 중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