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주요 에너지 시설들이 러시아의 대규모 보복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파괴됐다.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에 드론 공격이 이어지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긴급회의를 갖고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11일(이하 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 기업인 우크레네르고의 발표를 인용해 이날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키이우·자포리자·오데사·리비우주(州)의 에너지 시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타격을 받은 시설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트리필리아 화력발전소도 포함됐다. 이날 공격으로 발전소 건물은 모두 불탔고 발전용량은 제로가 됐다.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에도 공습이 이어졌다. 올레흐 시니에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이 지역에 최소 열 차례의 공격이 단행돼 주요 기반시설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이 지역 화력발전소가 파손돼 주민 20만 명에 대한 전력 공급이 끊겼다.
동북부의 러시아 접경 지역인 수미의 화력발전소도 이날 오후 공격을 받았다. 천연가스를 저장하는 지하 저장소 두 곳 역시 공격을 당했지만 운영이 중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방어 능력을 상실한 우크라이나는 서방을 향해 추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기간 토론이 아닌 방공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도 이날 슬로바키아를 방문해 “우리에게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을 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격이 올해 열 차례 이상 지속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에너지 시설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응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에너지 시설 공격은 우크라이나 군사 산업 단지에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시설에 대한 잇따른 공격에 IAEA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7일부터 우크라이나에 있는 유럽 최대의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드론 공격이 이어지자 IAEA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자력발전소 공격을 통해 아무도 어떤 군사적 또는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