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4세 이상 독일 시민은 법원의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성별을 스스로 결정해 바꿀 수 있게 됐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성을 선택할 수 있고 심지어 성별 선택을 거부할 수도 있다.
독일 연방의회는 12일(현지시간) 성별과 이름을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성별등록 자기결정법 제정안을 찬성 374표, 반대 251표, 기권 11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부터 만 14세 이상이면 남성·여성·다양·무기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등기소에 신고만 하면 성별을 바꿀 수 있다. 개명도 같은 절차로 가능하다. 14세 미만도 성별 변경을 신청할 수 있지만 법적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성급한 결정을 방지하기 위해 3개월 전 등기소에 통보하고 실제 성별 변경은 신청 1년 뒤에 이뤄지도록 했다.
현행 법률에 따라 성별을 바꾼 녹색당 니케 슬라비크 의원은 표결을 앞두고 "트랜스젠더로서 우리는 존엄성이 협상의 대상이 되는 경험을 계속 해왔다"고 호소했다.
새로운 법률 시행과 함께 기존 성전환법은 폐기된다. 1980년 제정된 이 법은 성별 변경에 심리감정과 법원 결정문을 요구해 트랜스젠더 등 당사자에게 굴욕감을 주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이 많았다. 연방 헌법재판소도 기본법(헌법) 위반이라는 결정을 수 차례 내놨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스페인과 스코틀랜드가 의학·생물학적 소견 없이 자진신고만으로 성별 변경을 허용한 바 있다.
부부가 결혼 이전 성(姓)을 함께 쓸 수 있게 하는 성명법 개정안도 이날 독일 의회를 통과했다.
현재는 결혼하면 부부 중 한 명이 원래 성을 포기해야 한다. 개정 법률이 시행되면 부부는 물론 자녀도 법적으로 양성 쓰기를 할 수 있다. 이혼한 경우 부부와 자녀 모두 다시 한쪽 성만 선택해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