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했습니다. 헌정사상 최대 격차의 ‘여소야대’입니다. 올해 초부터 정부·여당이 금융투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만큼 이번 총선 결과가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도 많은 관심을 모읍니다.
먼저 총선 결과 여소야대 국면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입법을 전제로 추진하던 정책들의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증시 관련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진 데다 원·달러 환율이 1375.4원까지 급등하는 등 대내외 여건이 가뜩이나 불안한데 정책마저 흔들리면서 증시 전망은 어둡습니다.
시장에선 총선 결과로 인한 밸류업 기대 후퇴가 서서히 반영되는 모습입니다. 지난 12일 밸류업 정책 기대감 약화로 금융(-2.21%), 보험(-3.97%), 전기가스업(-4.60%) 등 업종에서 낙폭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GS(-9.80%), 삼성물산(-4.69%), CJ(-3.99%), LG(-2.51%) 등 지주사 부진도 눈에 띕니다. 결국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14포인트(0.93%) 내린 2681.82로 거래를 마치면서 2700선마저 내어줬습니다.
물론 민주당도 소액주주 권리 강화엔 찬성하고 있습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한도를 연 3000만 원으로 상향하고 비과세 한도를 없애는 등 투자 활성화 공약도 내세웠습니다. 상법상 이사 충실 의무 조항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그럼에도 밸류업 모멘텀이 흔들릴 것으로 보는 이유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세제 당국이 밸류업 유인책으로 준비하던 자사주 소각시 법인세 감면(법인세법), 배당소득 분리과세(조세특례제한법) 등 관련 대책도 사실상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금투세는 증권·파생상품으로부터 실현된 모든 소득을 대상으로 연간 5000만 원부터 세율 20~25%를 부과하는 세금으로 2025년까지 유예된 상태입니다. 금투세를 없애려면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다수를 차지한 만큼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자 정책 모멘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야당이 승리한 만큼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기대한 만큼의 세제 혜택을 부여할 수 있을지 우려로 기간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 연속성은 아직 유효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강조하는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와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등은 기업들과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며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입니다. 주식 투자자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만큼은 초당파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도입 우려는 남아있겠지만 이번 총선 결과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연속성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이 반도체나 바이오처럼 증시 전체를 견인하는 주도 업종으로 격상되긴 어렵지만 적어도 5월까진 주도 테마로 유효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