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단속이요? 다들 신경 안 써요. 단속 왔을 때만 (현금을) 안 주면 잡을 수가 없죠.”
정부가 홀덤펍(포커 카드 게임을 즐기며 술을 마시는 곳)내 불법 도박 등 카지노업 유사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지만 일부 업소에서는 되레 불법 현금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 통과로 처벌 수위가 높아졌고, 경찰도 영업장 내 불법 도박 집중 단속에 나섰지만 여전히 현장 적발도, 온라인 상 규제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1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경찰이 ‘시드권’의 위법성 여부를 집중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업장에서는 현금 거래가 늘고 있다. 3년 넘게 홀덤펍을 출입해온 40대 김 모 씨는 “원래 시드권이 ‘기축통화’ 급이었는데 요새는 다들 취급을 꺼린다”면서 “전에는 99%가 시드권으로 거래됐다면 요새는 시드권과 현금이 5대 5 수준”이라고 전했다.
당초 홀덤펍에서는 게임을 이긴 일부 참가자에게만 상위 홀덤대회 참가권인 ‘시드권’을 지급했다. 그런데 상금이 ‘억대’인 상위대회 참가 수요가 폭발해 시드권이 금전적 가치를 띠고 암암리에 매매됐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올 초부터다. 국내 최대 규모의 홀덤 프랜차이즈 WFP가 지난해 연말 개최된 상위 대회의 입상자들에게 상금을 주지 않고 ‘먹튀’하며 시드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홀덤펌 내 시드권·현금 거래 적발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시드권 거래를 위축시켰다.
시드권을 통한 간접 베팅까지 집중 단속 대상이 되자 현금을 지급하며 되레 불법성이 짙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 적발은 쉽지 않다. 김씨는 “최근에도 홀덤펍을 다녀왔지만 누구도 일시적인 단속을 신경쓰지 않는다. 밀폐된 공간에서 ‘소매넣기’하면 단속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단골에게만 현금을, 위장 잠입이 의심되는 신규 고객은 시드권을 주며 ‘눈가리고 아웅’식 영업을 하는 곳이 대다수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다바오’ ‘포커스타즈’ 등 국내에서 금지된 온라인 홀덤게임에 가상사설망(VPN)로 우회접속해 불법 현금거래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용자들은 텔레그램 등 SNS로 이른바 ‘머니상’이라 불리는 에이전시와 접촉해 게임머니를 충전·환불하며 자유롭게 현금화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전시가 보내준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소 링크에 접속한 뒤 충전하고 싶은 금액만큼 상품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소규모 에이전시의 경우 코인·현금 거래도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온라인 홀덤게임은 규제나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무방비 상태로 일반인에게 노출돼 있다. 경찰청 형사과는 “현재 단속 대상은 오프라인 홀덤펍 뿐”이라고 답했으며 사이버수사과는 “아직까지 온라인 불법 홀덤과 관련한 수사 의뢰를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불법사행산업감시신고센터 관계자 역시 "우리가 신고 받는 경우는 불법사행산업 '업체'이기에 중간 에이전시라거나 개인 이용자는 소관 밖"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