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정정보도가 요청된 기사에 별도 문구를 표기하는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개편안’ 시행을 고심하고 있다. 선거 시기 악용 우려가 커지면서 총선 이후로 도입 시기를 미뤘지만 여전히 ‘가짜뉴스 낙인찍기’ 등 비판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1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기사에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를 표기하는 보도 개편안의 시행 시기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지만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개편안은 명예훼손이나 권리침해를 당한 피해 당사자가 정정보도 등을 청구했을 때 기사에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를 띄우는 게 주된 내용이다. 서면·등기우편으로 접수해야 하는 정정·반론·추후보도 신청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같은 조치는 뉴스 서비스의 투명성·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 기구로 구성된 뉴스혁신포럼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네이버가 개편안의 시행을 미루고 있는 건 문제로 지적된 ‘가짜뉴스 낙인찍기’ 등의 비판을 해소할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론중재위원회라는 법적 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사업자가 정정·반론보도 중재 과정에 개입하는 게 월권에 해당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뉴스혁신포럼에서는 해당 개편안을 시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타개해야 하는데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의 부재로 도입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네이버가 논란 끝에 뉴스 정책을 몇 차례 철회한 적 있어 이번에도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뉴스 댓글에 답글을 무한으로 달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내놨다가 ‘댓글 장사’라는 비판 끝에 결국 철회했다. 또 지난해 상반기에도 키워드 추천 서비스를 도입하려다 ‘실시간 검색어 부활’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계획을 접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국민 포털로서 영향력이 큰 만큼 뉴스 정책에 대해 보다 신중한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일반 시민이 언론에 의해 피해를 입으면 안되지만 그만큼 권력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의 기능이 위축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며 “'국민 포털'로서의 네이버의 위치를 고려해 개편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