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의 구조를 손실 일부를 대신 책임져주는 방식으로 바꿔 원금 손실을 꺼리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면 상장지수펀드(ETF) 대비 열위에 있는 공모펀드의 경쟁력이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최민규(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주식운용담당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공모펀드보다 손실 일부를 책임져주는 방향으로 펀드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자산운용사의) 주력 비즈니스가 된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손익 차등형 펀드는 운용 과정 중 펀드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15%까지는 후순위 투자자가 손실을 먼저 반영하는 펀드다. 예컨대 100억 원의 운용자산 중 15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면 일반 투자자는 원금을 보전하고 후순위 투자자의 투자액에서 우선적으로 손실이 생긴다.
최 담당은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되면서 비즈니스를 되살리기 위해 투자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게 매우 중요해졌다”며 “손실을 감내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이 대다수인 점을 고려해 그룹 차원에서 손실을 대신 가져가주는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투운용이 3호 손익 차등형 펀드로 내놓은 ‘삼성그룹성장테마펀드’는 이전 손익 차등형 상품과 마찬가지로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그룹 계열사들이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한다. 앞서 한투운용은 글로벌 신성장과 글로벌 AI 빅테크를 테마로 손익 차등형 펀드를 출시했는데 각각 919억 원, 800억 원씩 판매되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삼성그룹성장테마펀드’는 삼성이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 7개 산업군에 투자하는 펀드다. 공모펀드인 ‘삼성그룹성장테마펀드’ 아래 7개의 사모 자펀드를 설정하는 구조로 설정됐다. 하위 펀드는 각각 차세대반도체·반도체소부장·2차전지, 소부장·바이오위탁생산, 바이오시밀러·모빌리티 전장·인공지능, 로보틱스·웨어러블, 차세대통신기술 테마로 구성됐다. 각 섹터에서 절대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삼성SDI·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전기 등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각 산업에서 삼성그룹이 보유한 밸류체인(가치사슬) 기업들에도 분산투자한다. 최 담당은 “삼성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유한 그룹이고 이제는 자본력과 기술력을 토대로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현재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반도체·2차전지·바이오·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삼성은 압도적 존재감을 가지고 있으며 추후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안정화되는 국면에서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