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는 그 기업의 자본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투자란 단순히 생각해보면 투하한 자본 대비 높은 이익을 가져오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꾸준히 이익이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만큼 좋은 투자는 없지만, 어떤 기업도 영업 활동으로 인한 성장률이 계속 증가하진 않는다. 만약에 기업의 성장이 영원히 이어진다면 그것은 하나의 경제로 봐도 될 것이다.
애플을 예로 들어보면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온 뒤 강한 매출 성장이 이어졌지만 성장률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었다. 결국 비즈니스 모델은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었다. 그렇다면 매출 성장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그 기업이 이익 성장이 줄어드는 것일까? 그럼 투자자는 새로운 종목으로 교체해야 하는 것일까?
전부 맞다고 볼 순 없다.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들은 높은 시장점유율과 강한 현금흐름으로 주주환원을 통해 재무적 성장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들은 성장기를 늘리는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등 플랫폼의 발달로 전세계에서 24시간 초 단위로 벌어 들이는 막대한 현금을 통해 주주환원으로 이익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주주환원은 주주의 입장에서 투하 자본 대비 이익(자기자본이익률)을 높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자사주매입은 주식수를 줄여 1주당 받게 되는 이익을 늘려주며 배당은 자본을 감소시켜 자본대비 이익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두 가지 행위 모두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이익을 확실히 지지할 수 있다.
2023년 연말 기준, 미국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국가 중 가장 높다. 닷컴 열풍으로 인한 IT 버블이 사라진 2005년 1월과 2023년 12월을 비교했을 때 미국의 ROE는 20.3%이며 4.8%포인트 증가했다. 2005년 당시 미국과 이머징, 선진국, 중국은 비슷한 ROE 수준을 가지고 있었고, 한국은 오히려 더 높은 ROE를 기록했으나 최근 미국을 제외한 국가의 ROE는 모두 감소했다. 특히 한국의 하락폭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ROE는 8.7%포인트 감소했으며, 중국은 4.9%포인트, 이머징 2.0%포인트, 미국 제외 선진국은 1.7%포인트씩 감소했다.
미국의 높은 자기자본이익률은 영업이익의 성장과 주주환원이 믹스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자사주매입 규모는 7848억 달러로 전년대비 17.2% 감소했지만, 여전히 지난 10년 평균치인 6674억 달러를 넘어선다. 자사주매입은 전체 순이익의 43% 비중이며, 배당을 합산한 총주주환원율은 77.9%다. 지난 10년 평균 총주주환원율은 91.4%로 주요 비교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주주환원 트렌드는 자사주매입이 지배적이다. 자사주매입과 주가를 일차적으로 연결할 순 없지만 즉각적인 이익 상승 효과가 결국 주가 상승 요인 중 하나로 반영돼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인센티브를 높이는 유인이 되고 있다. 투자의 성과는 오래 걸리지만 자사주매입의 효과는 즉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2023년 S&P500 기준, 전체 순이익에서 자사주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이며 배당은 35%다. 이 둘을 합치면 79.4%로 2023년 대비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기업들은 영업이익에서 성장도 나타나지만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을 모두 주주에게 나눠주면서 재무적인 성장도 함께 뒷받침하고 있으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주식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