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신용 사면이나 서민 금융 지원 등 정부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책을 입법을 통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제22대 국회에서 175석을 보유하게 된 거대 야당으로서 입법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국회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하면 좋겠다”며 “예를 들면 논란이 있는 부분인데 ‘처분적 법률’을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처분적 법률은 행정 집행이나 사법 절차 등을 통하지 않고 자동으로 집행력을 가지는 법률을 말한다. 입법이 행정기능을 침해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있다.
이 대표는 “신용 사면 이런 건 정부가 당장 해야 하는데 안 하니 입법으로 신용 사면 조치해도 될 것”이라며 “서민 금융 지원도 예산으로 편성해야 하는데 안 하니까 의무적으로 일정 정도 제도화하든지, 국회 차원에서 입법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정부의 경제 정책 시행이 미흡하니 입법을 통한 의무화 등의 방식을 통해서라도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대표가 처분적 법률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기본적 소양이 의심스러운 경제 당국을 믿고 경제를 맡기기엔 너무 심각한 상황”이라며 “처분적 법률의 형태를 통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실질적 조치를 하면 좋겠다”고 정부의 경제 정책 무능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발언 내내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민간 가계, 기업이 악화하니 정부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건 역행, 반대로 가는 정책”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가 이런 잘못된 생각을 가진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나쁘고 정부 역할을 늘릴 시점에 부담을 오히려 늘리지 못할망정 부자 감세를 해서 재정 여력을 축소하고 지출을 줄여 나쁜 마이너스 균형을 이루는 건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생경제위기대책위는 이날 비공개회의를 통해 21대 의원들과 22대 총선 당선인들이 함께 대안 경제 정책을 개발하기로 했다. 대책위 소속의 홍성국 의원은 “원 구성을 하다보면 7월로 넘어가고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시작하면 연말까지 아무것도 못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정책 공백을 없앤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