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탈색 시술을 받은 손님이 ‘성공하면 갚겠다’는 내용이 적힌 쪽지를 남겨두고 도망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15일 JTBC 사건반장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갚겠다”...‘고급 탈색’ 시술 후 도주‘라는 제목으로 미용실 원장 A씨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9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수유동 미용실에 홀로 근무 중이었다. 손님이 많아 바쁜 와중에 20대로 추정되는 남성 고객이 들어오더니 “예약을 안 했는데 탈색할 수 있냐”고 물었다.
A씨는 “지금은 손님이 있어 어렵고, 1시간쯤 뒤로 예약을 잡고 다시 오시라”고 안내했지만 1분여 만에 다시 돌아온 남성은 “예약한 후 기다릴 곳이 없다”며 한 시간 동안 미용실에서 시간을 보낸 뒤 6만 4000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탈색’ 시술을 받았다.
시술을 마친 뒤 계산대로 다가온 남성은 지갑을 찾는 듯 주머니와 매고 있던 가방을 한참 뒤지더니 갑자기 작은 쪽지를 들이밀고는 가게를 빠져나갔다. A씨가 뒤를 쫓자 남성은 신발이 벗겨진 채로 달아났다.
남성이 남긴 쪽지에는 “제는 22세이고 작가를 준비하는 사람인데 지금은 형편이 어려워 돈이 없다. 나중에 성공해서 돈을 벌면 은혜는 꼭 갚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적혀있었다.
다음날 남성이 남긴 다른 쪽지도 발견됐다. 이 쪽지에는 “저도 공황장애가 있고 몸이 좀 안 좋지만 극복하고 있다. 원장님이 손님 말에 공감해 주는 모습을 보고 저도 감동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당시 폐쇄회로(CC)TV에는 남성이 시술 중 무언가를 적는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A씨는 “쪽지를 미리 적어 온 게 아니라 매장에서 시술받으며 기다릴 때 적은 것 같다”며 “다른 직원 없이 혼자 있어 신경을 쓰지 못하니까 범행을 계획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금액이 큰 것은 아니지만 정성을 다해 머리를 해줬는데 허탈하다. 그냥 차라리 솔직하게 사정을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인근 업주들도 같은 피해를 볼까 봐 신고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에 CCTV와 쪽지를 제출한 상태다.
박지훈 변호사는 “경범죄처벌법이 될 수도 있지만 상습적이라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박상희 교수는 “탈색은 생존과 관계가 없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쪽지 내용도 미용실 원장님의 선한 마음을 이용해서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