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승리 8일 만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식 요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거대 야당의 입법과 경제정책 폭주가 본격화하면서 기업 활력을 높이기 위한 감세와 건전재정을 뼈대로 한 윤석열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의 기본 틀이 뒤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 4월 총선의 민심”이라며 “민생 회복 긴급조치를 즉각 실행하고 추경 편성에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전 국민 25만 원 현금 지원과 소상공인 대환대출 확대 등을 위해 최소 14조 29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협조를 얻어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가격안정법 등 5개 법안을 처리했다. 정부는 초과 쌀 생산분을 정부가 의무 매입해주는 양곡관리법만 연간 최대 1조 4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재정 건전성이다. 17일(현지 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D2) 비중은 55.2%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의 부채 비중은 2028년 58.9%를 거쳐 2029년에는 59.4%를 기록해 60%에 육박한다. 지난해 64.3%로 한국보다 부채비율이 높았던 유럽의 경제 기관차 독일은 꾸준한 건전성 확보 노력에 2028년 58.7%로 한국보다 수치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안만 갖고 ‘원샷 추경’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이제야 2분기 초인데 벌써 추경을 감행하면 재정 건전성에 분명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도 크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추경 요구는 땜질식 처방이며 무책임한 지출로 인한 적자는 미래 세대의 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