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의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도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은 오히려 달아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처음으로 역성장했지만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은 타이어 교체 시기 도래와 보급형 전기차 출시 계획 등이 맞물리면서 고속 질주가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타이어 3사는 전기차 판매 부진에도 올해 전기차용 타이어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2배 이상 상향 조정했다. 국내 1위 타이어 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한국타이어)는 전기차용 타이어 매출 비중을 지난해 15%에서 올해 25%로 끌어올렸다. 금호타이어(073240)도 같은 기간 9%에서 16% 이상으로 늘렸고 지난해 EV 제품 비중 8%를 기록한 넥센타이어 역시 올해 1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타이어 업계가 판매 목표치를 끌어올린 것은 올해부터 기존 전기차의 타이어 교체 주기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신차 타이어(OE)의 판매를 교체용 타이어(RE)가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타이어 시장에서 RE 판매 비중은 70% 안팎이며 타이어 3사가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전기차용 타이어의 교체 주기는 2~3년으로 짧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탑재해 내연기관차보다 300㎏ 정도 무겁고 힘이 세다. 타이어 마모가 빠를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차 타이어의 교체 주기는 5년 안팎이다.
우리나라에는 2021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었다. 2020년 4만 6538대였던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021년 9만 8039대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2년은 16만 1449대, 2023년은 15만 9693대다. 교체 주기를 고려하면 올해에만 약 26만 대의 전기차가 잠재적인 타이어 교체 대상이다. 이 가운데 60%만 교체해도 15만 3000대에 이른다.
전기차용 타이어는 판매 단가가 높아 고수익 제품으로 분류된다. 무겁고 출력이 높은 전기차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보강재를 넣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타이어보다 비싸다.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타이어 3사의 주요 타이어 가격을 살펴봐도 전기차용 타이어가 20~30%가량 비싸다.
전기차용 타이어 판매 비중 확대는 타이어 3사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타이어 3사가 올해도 호실적이 예상되는 이유다. 증권가는 올해 3사의 1분기 영업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5000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 4000만 원 안팎의 보급형 전기차들이 잇따라 출시되는 점도 타이어 업계에는 호재다. 캐즘에 빠진 전기차 시장을 깨울 트리거가 될 수 있어서다. 기아는 하반기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3와 전기 세단 EV4를 출시한다. 내년에 준중형 SUV EV5까지 출시한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이들 차량은 3000만 원 후반에서 4000만 원대 초반에 살 수 있다.
한국GM은 연내 4000만 원대 중형 전기 SUV인 쉐보레 이쿼녹스EV를 국내에 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판매량 둔화에도 타이어사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은 RE 판매가 수익성 개선에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신차 출시는 OE 판매뿐 아니라 2~3년의 시차를 두고 RE 시장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