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가 본격적인 봄을 맞아 다양한 무용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봄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춘곤증을 떨치기에 제격인 화려한 춤사위를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21일 문화계에 따르면 국립무용단과 국립정동극장, 서울시발레단 등 무용단들이 신작 ‘사자(死者)의 서(書)’, ‘모던 정동’, ‘봄의 제전’ 등을 무대에 올린다.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가지 버전으로 관객을 만난다.
국립무용단은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신작 ‘사자의 서’를 선보인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단장이 지난해 4월 취임한 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으로, 인간이 죽은 후 망자가 겪는 49일의 여정을 그렸다.
작품은 총 3장으로 구성됐다. 1장 ‘의식의 바다’에서는 죽음의 강을 건너며 춤추는 망자의 독무가, 2장 ‘상념의 바다’에서는 망자의 회상이 펼쳐진다. 3장 ‘고요의 바다’에서는 삶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망자의 마지막 모습이 그려진다.
지난 2월 창단된 공공발레단인 국립서울시발레단은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봄의 제전’을 연다. 오는 8월 본격적인 창단 공연에 앞서 선보이는 창단 사전 공연이다. 안성수, 유회웅, 이루다 등 3인의 안무가가 대한민국 컨템퍼러리 발레의 ‘오늘’을 선보이고, 서울시발레단이 앞으로 선보일 새로운 발레의 ‘내일’을 짚어본다.
국립정동극장은 올해 첫 정기공연으로 ‘모던정동’을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선보인다. ‘모던정동’은 현대의 인물 유영이 100년전 정동으로 타임슬립해 당대의 모던걸 화선과 연실을 만나는 이야기다. 이번 공연에서는 근대의 문화적 용광로인 정동의 문화와 지역적 특성이 두루 반영된다. 전통문화와 서구 문화가 혼재돼 있던 춤과 복식도 재현된다.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국립발레단의 제200회 정기 공연 ‘인어공주’가 진행된다. ‘인어공주’는 현존 최고 안무가로 불리는 존 노이마이어가 2005년 덴마크 동화 작가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제작한 작품으로, 국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1막에서는 인어공주의 자유롭고 신비한 분위기가 무대 연출, 의상, 조명 등으로 표현됐다. 2막에서는 인어공주의 불안정하고 격동적인 감정을 전자 악기 테레민과 바이올린의 불협화음으로 표현됐다.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가지 연출로 관객을 만난다. 먼저 유니버설발레단은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케네스 맥밀런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이 2012년과 2017년 공연한 후 다시 8년 만이다. 케네스 맥밀런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발레 중 원전을 가장 잘 살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 서희가 줄리엣으로 출연한다.
케네스 맥밀런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원전을 살린 드라마 발레라면, 매슈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5월 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LG서울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전을 오늘날의 10대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품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청소년 교정시설로 설정된 배경에서 위험한 사랑을 이어간다. 약물 트라우마, 우울증, 학대, 성 정체성 등 오늘날의 젊은 세대가 마주한 민감한 소재도 작품 속에서 다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