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최종 목표는 반도체 칩을 열도 안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일본이 핵심 공정 장비 업계를 꽉 잡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발 수혜까지 고려하면 일본 반도체가 전체적으로 레벨업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김남호(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침을 겪더라도 AI 반도체 수요 증가의 방향성은 명확하고 반도체 제조 공정의 모든 밸류체인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높은 일본에 대한 투자 기회는 여전히 열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영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 본부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반도체FACTSET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역이다. 19일 기준 ‘TIGER 일본반도체FACTSET ETF’의 순자산은 508억 원으로 국내에 상장된 일본 반도체 관련 ETF 중 1위다.
김 본부장이 보는 일본 반도체의 가장 큰 투자 포인트는 자체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갖췄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은 도요타·소니·소프트뱅크 등 주요 대기업 8개사가 합작법인 라피더스를 만들어 2027년 2㎚(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비메모리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일본은 3300억 엔(약 3조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라피더스가 목표로 하고 있는 2나노급 반도체는 (틈새 제품의 성격이라) 글로벌 반도체 지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하지만 일본이 본격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4차 산업 육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내부적으로 자체 조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 자체에 일본 정부의 의지와 목표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을 지켜본 일본은 반도체 패권의 중요성을 실감했다”며 “TSMC와 일본 기업이 합작법인을 만들고 일본 안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일본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부문에서 압도적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점도 일본의 강점이 될 것으로 봤다. 반도체 소재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56%, 장비에서도 전공정 29%, 후공정 44%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AI용 고도화 반도체를 제조할 때 필수인 장비를 제조하고 그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도 일본 반도체의 장기 투자 매력을 높인다”며 “외부 투자를 받은 공장이 가동되고 일본의 자체적인 공급망 구축이 마무리되면 산업 전반적인 펀더멘털도 더 개선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