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경제력 갖춘 뉴시니어 등장…역모기지 등 자산관리 수요 폭발"

[서경 금융전략포럼]전우영 PwC컨설팅 스트래터지앤 파트너 주제강연

베이비붐 세대 은퇴단계 진입…대규모 '富의 이동' 시작

금융권, 월지급식 펀드 등 맞춤형 금융상품 강화 필요

신탁업·생성형 AI 서비스 활성화 위한 규제완화도 절실

전우영 PwC 파트너가 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6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한국형 금융 시스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전우영 PwC 파트너가 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6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한국형 금융 시스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우리 사회는 앞으로 몇십 년 동안 전에 본 적 없는 대규모 ‘부의 이동’을 목도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력과 활동력이 충만한 ‘뉴시니어(1950~1964년생)’들이 주도하는 변화입니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속에 이들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한국형 금융 시스템’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전우영 PwC Strategy& 파트너는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6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한국형 금융 시스템’을 주제로 한 주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보다 베이비붐 세대가 10년 앞선 미국과 일본의 고령층이 은퇴한 후 X세대와 MZ세대로 이전될 자산 규모는 앞으로 20년간 각각 72조 달러(약 10경 원), 650조 엔(약 58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우리도 기존에 부동산에 쏠려 있는 뉴시니어 세대의 자산이 세대 간 이동을 시작하는 이 시점이 금융산업 입장에서 큰 성장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뉴시니어 세대는 은퇴 단계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안정적인 경제력과 소비력을 보유하고 다양한 소비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합리적 소비자다. 이전 세대가 예금 위주 금융상품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펀드·보험·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경험했고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다.



전 파트너는 이들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역피라미드 인구구조 충격의 완충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뉴시니어들의 소득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상품으로 ‘역모기지’ 상품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역모기지 상품인 주택연금의 형태가 일반적인데 일본의 경우 민간에서 다양한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다”며 “부동산에 묶여 잠자고 있는 자산을 깨워 움직이는 금융·실물경제로 전환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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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박따박’ 배당을 받는 월지급식 펀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상품으로 꼽았다. 월지급식 펀드는 목돈을 넣어두고 월급처럼 고정적인 수익을 얻는 ‘인컴펀드’의 한 종류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 고령층의 생활비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 파트너는 “월지급식 펀드가 지난 20년간 꾸준히 성장하면서 일본 펀드 시장을 장악했다”며 “월지급식 펀드가 한창 잘 팔리던 2011년에는 공모펀드 중 무려 70%가 월지급식일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반면 한국은 월지급식 펀드 비중이 전체의 1% 수준으로 미미하다”며 “전문상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우영 PwC 파트너가 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6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한국형 금융 시스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전우영 PwC 파트너가 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6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한국형 금융 시스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전 파트너는 뉴시니어들이 노후 생활 자체를 금융사에 믿고 맡길 수 있도록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후 자산 운용은 물론 사망 이후 상속, 상조, 가업승계 등의 서비스까지 금융사가 챙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 파트너는 “일본은 단일 신탁상품 내에서 사후 인생까지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보험사들도 요양 서비스 이외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다”며 “시니어 생애주기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자들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꼽았다. 그는 “줄어드는 은행 점포는 사람보다 더 높은 수준의 상담 능력을 가진 AI에 대체될 것”이라며 “고령자의 복합 서비스를 위한 초개인화는 생성형 AI를 통해 완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전 파트너는 토털 서비스 진화와 연계해 국내 신탁업 성장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신탁시장은 금융상품 판매 목적의 금전신탁과 부동산신탁 위주로 발전했다. 합동 운용이 금지돼 있어 소액 신탁이라도 재산별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금전·부동산 등 여러 재산을 통합해 하나의 상품으로 설정하는 포괄신탁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며 신탁 수탁액 규모가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283%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57%에 그쳤다. 전 파트너는 “우리나라는 신탁의 장점을 활용한 맞춤형 상품·서비스 제공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절세, 재산 보호, 가업승계 등에 유리한 신탁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구구조 변화에 발맞춘 서비스 혁신과 업권 활성화 촉진 모두 금융 당국의 전향적 자세와 육성 의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전 파트너는 “금융기관의 부수 업무 및 자회사 출자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비이자수익원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며 “신탁업을 비롯한 생성형 AI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전향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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