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찰스 3세도 놀란 '인생네컷' 인기…"국내 경쟁 포화, 해외 200곳 이상 신규 출점" [스케일업리포트]

■이호익 엘케이벤쳐스 대표

이미 英 등 17개국에 200개 매장

K컬처 인기에 현지 Z세대도 주목

국내선 편의성 개선 리뉴얼 집중

이모티콘 캐릭터 등 신사업 구상

내년 IPO…글로벌 플랫폼 목표

이호익 엘케이벤쳐스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엘케이벤쳐스이호익 엘케이벤쳐스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엘케이벤쳐스




지난해 11월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불쑥 자국 내 최대 한인타운인 뉴몰든을 찾았다. 이곳에서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인생네컷’(LIFE FOUR CUTS)이란 4글자. 그는 영국 Z세대가 한 매장에 줄지어 서 있는 광경을 보고 인생네컷 매장에 들어갔다. 직접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청년들로부터 사진 키오스크가 작동하는 방식을 직접 들으며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국내 대표 무인사진관 브랜드인 인생네컷이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와 함께 새로운 K컬처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향후 해외 점포가 국내 규모 추월할 수도”


이호익(사진) 엘케이벤쳐스 대표는 2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생네컷은 앞으로 해외 진출에 집중할 것”이라며 “K콘텐츠와 함께 윈윈할 수 있도록 커머스 등 다양한 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Z세대의 문화로 자리잡은 셀프사진관이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현재 인생네컷은 필리핀·중국·영국 등 해외 17개 국가에 총 200개 가량의 매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에만 100곳을 새로 세웠으며 올해에는 200곳 이상 신규 출점하겠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국내 매장 수는 410여곳에 달하는데 글로벌 확장 계획이 목표대로 추진될 경우 국내보다 해외 점포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인생네컷 영국 뉴몰든점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제공=엘케이벤쳐스지난해 11월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인생네컷 영국 뉴몰든점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제공=엘케이벤쳐스


인생네컷은 국내 최대 무인사진관 브랜드로 매달 230만 여 명, 연간 약 2760만 명이 이용한다. 2017년 4월 첫 선을 보인 후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브랜드 이름이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엘케이벤쳐스는 사진 키오스크를 제조하고 소프트웨어도 직접 개발한다. 인생네컷 외에 2021년에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포토드링크’를 론칭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카메라 종주국인 일본에서 처음으로 사진 키오스크를 발명한 후 한국이 공간과 문화의 요소를 더해 무인사진관을 창조해냈다”면서 “앞으로는 무인사진관이라는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생네컷은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K컬쳐를 앞세워 현지 Z세대의 주목을 이끌어내고 있다. 실제로 해외 매장 인테리어는 해외 이용자가 한국의 공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국내 매장과 비슷하게 꾸며진다. 여기에 국가별 맞춤형 디자인을 일부 가미한다. 이 대표는 “한류의 영향에 힘입어 인생네컷의 확장세가 더욱 가팔라진 측면도 크다”면서 “하나의 사진 프레임 안에 좋아하는 K팝 아이돌이 함께 나올 수 있다는 점도 해외 고객이 느끼는 큰 매력 포인트”라고 전했다.



더 나아가 사진 촬영에 활용되는 다양한 K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더욱 발전시켜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대표적인 IP로 이모티콘 캐릭터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인생네컷의 주력 국가인 중국에선 잔망루피가 인기가 많은데 인생네컷의 플랫폼 역할을 더해 잔망루피와 같은 캐릭터 상품을 선보이는 방안을 신(新) 사업 중 하나로 생각 중”이라며 “이 같은 커머스 사업을 통해 수익 창출에 더욱 신경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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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사용 가능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어 등 다양한 외국어를 지원하는 인생네컷 신규 앱은 이르면 다음달 출시 예정이다. 이 앱에선 커머스, 매장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 대표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에 아끼지 않았다”면서 “정보기술(IT) 기술력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셀프 사진관 브랜드가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셀프사진관 시장, 변별력 없는 각축전”


이처럼 해외 사업에 집중하는 데엔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셀프사진관 브랜드가 50개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시장에선 변별력 없는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시장 트렌드 변화가 너무 빨라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인생네컷 사진. 사진제공=엘케이벤쳐스인생네컷 사진. 사진제공=엘케이벤쳐스


올해 국내에선 신규 점포를 출점하기보다는 기존 매장에서 체험할 재미와 편의성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방점을 뒀다. 이에 따라 매장 키오스크는 자동 보정 기술을 탑재한 6가지의 필터를 통해 원하는 분위기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한 10가지 이펙트를 통해 고객은 1초 만에 다양한 메이크업 효과부터 귀여운 스티커 효과 등을 모두 경험할 수 있게 됐다. 프레임도 총 21가지로 확대했다. 이 대표는 “매장에 다양한 소품을 놓고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파우더룸을 갖추는 등 사진 찍는 놀이의 공간을 만든 게 성공의 비결”이라며 “틱톡과 제휴해 만든 ‘다이나믹룸’은 인기 음원에 맞춰 춤추다 멈춰 사진을 찍는 방식인데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과도한 필터링에 대해선 우려했다. 그는 “AI 필터의 무작위적인 보정은 문제가 있다”면서 “소비자가 감성적으로 만족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선하는 게 인생네컷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셀프사진관이란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자판기 사업하다 무인사진관 아이디어 번뜩여”


이 대표의 사업 철학은 자판기로 대표되는 아날로그적인 창업의 결과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자동화공학을 전공한 그는 엘케이벤쳐스를 세우기 전 녹차 진액 자판기, 무인 경비업, 군부대 라면 자판기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다. 줄줄이 고배를 마셨지만 결국 사진이라는 아날로그 문화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도기적인 변화를 빠르게 포착해 매장 형태의 사진 부스를 고안해냈다. 이 대표는 “어느 여름날 무더위 와중에도 한 사람이 철판 부스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웃으면서 사진 찍는 광경을 보면서 무인사진관을 차려야 겠다는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고 돌이켰다.

엘케이벤쳐스는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내년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2021년 초 20억 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진행했으며 현재 하나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해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인생네컷의 최종 목표에 대해 이 대표는 “인생네컷은 온·오프라인 전반에 걸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셀프 포토스튜디오를 넘어 사진을 매개체로 어디서나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글로벌 포토라이프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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