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사과를 한 개씩, 낱개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사과값 폭등에 따른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면서 1인 가구 고객들의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취지다.
26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범부처 농수산물 유통 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는 대형마트 내 사과 낱개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이마트와 농협 하나로마트 같은 주요 마트에서는 1봉이나 1박스 등 묶음 단위로만 팔고 있는데 이를 1개씩 살 수 있게 유통 방식을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르면 올해부터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사과를 낱개로 살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과일값 급등이 주효했다. 3월 사과 가격은 전년 대비 88% 폭등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박 모(29) 씨는 “사과 8입짜리 1봉지를 샀다가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져 한 달 뒤 3개를 버린 적이 있다”며 “마트에서 사과를 50% 할인해도 나중에 몇 개를 버리게 되면 결국 할인받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에서 ‘벌크형 낱개 판매’를 하고 있다. 묶음 포장을 하지 않고 통째로 과일을 들여와 쌓아 놓은 뒤 소비자들이 원하는 개수만큼 가져갈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사과 1개, 오렌지 2개 같은 소량 구매가 가능하다. 별도의 포장이나 복잡한 유통 단계도 거치지 않아 소비자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국내 대형마트의 경우 벌크형 판매를 종종 진행하지만 사과를 쌓아 놓고 판매해도 ‘4개에 1만 원’ 같은 식으로 사실상 묶어 팔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형마트에서 사과를 쌓아두고 낱개로 판매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낱개 판매를) 유통업체 등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와 딩크족(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세도 낱개 판매의 주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가구 수는 750만여 가구로 전체 가구 대비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34.5%였다. 전체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비중도 46.4%다. 육류보다 저장성이 떨어지는 과일·채소를 대량으로 살 유인이 떨어진 셈이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못난이 사과처럼 별도의 선별이나 포장이 들어가지 않으면 원가 인하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사과를 한 개만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