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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 원리’ 미사일 美 실전 배치…북한·이란 핵 시설 녹여 무력화[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핵·미사일 회로 파괴해 무력화 최고 강점

사거리 약 1120km·저고도 적 영공 침투

‘JASSM-ER’ 물론 더 작은 미사일에 통합

전자파 도달 거리 그리 멀지 않다는 단점

美 공군의 일명 고요한 미사일 ‘챔프(CHAMP)’ 모습. 사진 제공=미 보잉社美 공군의 일명 고요한 미사일 ‘챔프(CHAMP)’ 모습. 사진 제공=미 보잉社




미 공군이 최근 고출력 극초단파를 이용해 북한과 이란 핵 시설의 전자장비를 파괴하는 일명 ‘고요한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해 각국의 군 당국이 주목시켰다. ‘챔프’(CHAMP)로 불리는 이 미사일은 고에너지의 극초단파를 터뜨려 상대의 전자전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무기다.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 원리로 강력한 극초단파를 발사해 지상의 핵 시설 및 미사일 지휘통제장치를 파괴하거나, 미사일 자체의 회로를 파괴해 무력화하는 위력을 가졌다.



미 공군연구소와 보잉의 방산 계열사인 팬텀 웍스가 공동 개발해 2012년에 첫 시험에 성공했다. 현재 전 세계 여러 지역에 배치되어 가동 중이다. 실전 배치는 확전을 경계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에 대비한 핵 시설 등의 각종 군사적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압박을 가하기 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한 조치라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물리적인 건물 폭격이나 인명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적의 통신·전자장비에 장애를 주는 게임체인저의 위력을 과시한다. 영화 스타워즈 등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으로 지휘부 명령에 따라 버튼 하나 만으로도 이 마시일은 적군의 전자시설 및 기기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졌지만, 일반 미사일처럼 폭격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요한 미사일’로 불린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적 전자시설 및 기기 무용지물 전락


미 공군이 북한과 이란의 핵 시설과 미사일 제어시스템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내부의 전자 장비를 파괴하는 전자기 펄스(EMP) 폭탄이 실린 미사일을 적어도 100여기 이상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미 공군연구소와 미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방산 계열사인 팬텀 웍스가 공동 개발한 것으로 ‘챔프’는 ‘對고에너지 마이크로파 미사일 계획’(CHAMP·Counter-Electronics High Power Microwave Advanced Missile Project)의 이니셜로, 미국 내에서는 ‘고에너지 미사일’이라고도 부른다.

고에너지의 마이크로파를 터뜨려 상대의 전자전 능력을 무력화하는 무기로, 2009년 시험용 모델이 생산돼 2012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탄두부에 전자기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전자기 펄스(EMP) 발생 장치를 장착한 미사일을 공중 또는 육상에서 발사할 수 있는 무기다.

이와 관련 미 공군연구소의 공보 담당관은 “작전 보안상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면서도 “챔프 미사일은 시범 프로그램이었으며 이후 이를 기반으로 첨단 고출력 전자기파(HPEM) 기술을 계속 개발해 왔다”고 확인했다. 이는 전자레인지 원리로 북한과 이란의 핵 시설과 미사일 회로를 태워 무력화할 수 있는 미사일, 즉 전자기 펄스(EMP) 폭탄이 개발돼 실전 배치됐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강도 극초단파(HPM) 무기가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모습. 사진 제공=NBC뉴스고강도 극초단파(HPM) 무기가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모습. 사진 제공=NBC뉴스


미국은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는 지상에서 전자파를 쏘아올려 작은 드론 등을 무력화시키는 데 활용해 상당한 성과와 성능 검증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챔프 미사일은 미 공군의 B-52 폭격기나 무인기에 탑재돼 발사하는 게 가능하다. 사거리는 700마일(약 1127km)에 달하며 저고도로 적 영공에 침투해 미사일의 표적이 되는 모든 전자장치를 무력화할 수 있다.

이 미사일에서 발사된 에너지가 전자장비에 충격전류를 일으켜 전력설비를 보호하는 서지 보호기가 작동하기 전에 전자장비를 쓸모 없게 만드는 방식으로 공격한다.

이 미사일은 개발 배경은 냉전 시대에서 비롯한다. 미국은 1962년 남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하면서 EMP효과를 확인한 뒤 이를 무기화하는 연구를 계속해 왔다. 소련도 해당 첩보를 입수한 뒤 개발을 시작했다. 그 결과 1980년대에 미국은 핵폭발 없이도 EMP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무기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견됐다. EMP 무기는 강력한 전파를 360도로 발산하기 때문에 아군의 피해도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냉전 이후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 EU 각국, 북한 등은 ‘지향성 EMP 무기’, 즉 특정 방향과 범위에만 EMP가 작용하도록 하는 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가장 성공적 미사일로 탄생한 것이 미 공군의 챔프다. ‘CHAMP’의 위력은 적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기 전 또는 발사된 직후 고용히 접근해 미사일에 장착한 ‘지향성 EMP 발생장치’로 적 탄도미사일과 사격통제장치를 무력화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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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 숨겨진 벙커 내부도 뚫고 공격


특히 순항미사일에 탑재할 경우 저고도 비행으로 식별이 어렵고, 날씨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고 사용이 가능해 적의 주요 군사시설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 체계다.

무엇보다 HPM 미사일은 고강도의 전자파 펄스로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는 EMP와는 다른 점이 있다. EMP는 핵탄두나 전자기파 폭탄 등을 투하해 공중에서 강력한 전자파를 일으키는 반면 HPM은 표적 공격이기 때문에 민간시설은 그대로 남겨둔다는 것이 강점이다.

게다가 극초단파(HPM)은 인명 피해 없이 시설이 숨겨져 있는 벙커 내부를 뚫을 수 있는 건 최고의 장점이다. 적의 기지가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어도 전력 케이블, 통신망, 안테나 연결부를 통해 전자장치를 파괴하는 게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지하 벙커 외에도 전투기, 탱크, 함정 등의 내부 장비도 무력화가 가능하다.

미 공군연구소와 보잉이 개발한 고강도 극초단파(HPM) 미사일. 사진 제공=NBC홈페이지미 공군연구소와 보잉이 개발한 고강도 극초단파(HPM) 미사일. 사진 제공=NBC홈페이지


챔프 미사일이 앞으로 더 위력적인 무기 체계가 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미 공군은 2020년대 중반까지 장거리 타격용 미사일 ‘JASSM-ER’을 비롯해 더 작은 미사일에 챔프를 통합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F-35 스텔스 전투기와 신형 스텔스 무인 전투기에 탑재된다며 적 입장에서는 손놓고 당할 수 밖에 없는 가장 치명적 무기다.

또 미 공군은 챔프를 개발하는 것과 별개로 이를 ‘JASSM-ER’과 통합하는 작업을 록히드마틴社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공동 개발이 끝나면 미 공군은 한 번의 출격으로 최대 100발 가량의 챔프 공격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을 관측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EMP 무기가 챔프와 같은 미사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3년 미 레이시온社는 챔프 기술을 응용해 무인기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는 지상용 무기의 시연회를 가졌다. 이 시연을 본 미군과 미 정보기관들은 상당한 관심을 보였고, 이 기술과 관련한 다양한 무기 체계의 연구와 개발이 계속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챔프를 비롯한 ‘고에너지 마이크로파’(HPM) 무기와 관련한 업그레이드된 기술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어떤 형식의 게임체임저가 개발됐는지, 이미 배치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군사력과 맞서야 하는 러시아와 중국, 북한, 이란 등의 국가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파괴력 눈으로 바로 확인 안되는 단점


이 같은 장점에도 챔프 역시 단점은 있다. 극초단파를 목표물에 발신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목표물에 근접해야 한다. 특히 폭발이 일어나는 재래식 미사일과 달리 그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은 실전 투입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챔프에서 발사되는 전자파의 도달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점 역시 또 다른 제약이다. 현재 그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폭발이 일어나는 재래식 미사일과 달리 그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긴박한 실전에 투입을 망설이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챔프의 성능과 위력은 이미 확인됐다는 점에서 미군이 실전 배치해 운영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미 상원의원 마틴 하인리히 의원은 “이 무기를 실전에 투입하는 건 기술적 문제라기보다는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기술적 단점 보다는 장점이 많아 실전 배치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미 공군이 챔프를 전 세계 어느 지역에 배치했는지 등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을 견제해야 할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점이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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