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메모리 슈퍼사이클 온다"…SK하이닉스, 추가투자 검토 착수

M15X 외 D램 공장 추가설립 논의

美 등 해외 신규기지 구축 가능성

하반기 반도체 수요 급증 관측 속

사업장 포화로 생산력 강화 절실

"투자금·부지 확보 전략 수립 중"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4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최태원 SK그룹 회장 SNS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4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최태원 SK그룹 회장 SNS




SK하이닉스의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SK하이닉스의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올해부터 시작될 메모리 ‘슈퍼 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확대를 검토한다. 현재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수년 내 폭증할 범용 D램 수요 증가에도 차질 없이 대응하기 위한 의지로 읽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새로운 부지에 신규 메모리 라인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용인 클러스터 등의 가동이 규제 등의 여파로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추가 투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최근 발표한 M15X 외에 또 다른 설비투자를 구축하기 위해 반도체 수요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에도 신규 기지를 건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4일 청주 ‘M15X’ 공장에 새로운 D램 설비를 설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5년 11월 라인 가동을 목표로 이 공장에만 20조 원을 투자한다.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포함한 최신 반도체 장비를 투입해 10㎚(나노미터·10억 분의 1m) 5세대 D램 이상의 최첨단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추가 투자를 확정하면 용인 클러스터, 미국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공장, M15X에 이어 또다시 초대형 투자를 진행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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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를 연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이유로 올 하반기부터 찾아올 반도체 ‘빅 사이클’을 꼽는다. 반도체 업계와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는 과거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모리 수요 부족이 본격화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대표적인 AI용 메모리인 HBM 수요가 올해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HBM 시장의 독보적인 1위인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생산능력으로 만들 수 있는 HBM을 모두 판매했고 내년까지 타이트한 수요가 예상된다. 범용 D램 역시 가파른 회복세를 띠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D램 시장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65%나 증가한 855억 49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SK하이닉스에는 현재 ‘공간’이 부족하다. 회사의 주요 D램 설비인 이천과 청주, 중국 우시 사업장은 포화 상태다. 당장 신규 제조 라인을 깔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고 HBM 수요 대응을 위해 기존 전 공정용 공간까지 패키징 라인으로 우선 활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 수요 외에 범용 D램에 대한 시장 대응 능력이 경쟁사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HBM용 D램도 범용 메모리보다 칩 면적이 넓어 2배 이상의 생산능력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생산능력 확보가 절실하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문제들을 당장 해결하기 위해 M15X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 설비는 SK하이닉스가 직면한 수요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M15X의 최대 생산능력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수만 장 규모다. 월 10만~20만 장 규모인 이천 M14나 M16에 비하면 턱없이 작다. 앞으로 공정이 더욱 늘어날 10㎚급 6세대 D램 공정이 놓일 것을 고려하면 공장의 면적은 더욱 좁아진다.

용인 클러스터의 가동이 늦어지는 점도 문제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120조 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이곳에 설치될 4개의 공장 가운데 첫 번째 팹이 내년부터 가동됐어야 하지만 토지 보상과 용수 문제 등으로 공사 착공이 지연돼 2027년 5월에나 본격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M15X가 내년에 운영을 시작한다고 해도 용인 공장의 공백을 메꾸면서 ‘빅사이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신규 공장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시황에 따라 즉각 투자할 수 있는 부지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도의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M15X로 경쟁사와의 생산능력 경쟁에서 한숨 돌릴 수 있지만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은 물론 미국도 후보가 될 수 있는데 미국의 경우 첨단 패키징 공장뿐 아니라 D램 설비도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원가 경쟁력의 확보 측면에서는 더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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