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금융지주도 '킹달러' 영향…환손실 급증

금융지주들 환차익 마이너스 전환

최소 2분기까지 추가 손실 우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융지주들이 수백억 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환율 상승으로 외화부채의 평가액이 외화자산보다 늘어나 발생한 일회성 손실에 가깝지만 ‘강달러’ 추세가 여전한 만큼 올해 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 1분기 813억 원 규모의 외화(FX) 환산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771억 원의 이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이익 규모가 1개 분기 새 1500억 원이나 줄어든 셈이다. 환차손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KB·신한·우리 등 금융지주들도 지난 분기 환차손익이 플러스를 기록했던 데서 올 1분기 마이너스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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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4분기 1360원대에서 1280원 대까지 안정화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재차 1350원대를 뚫은 데 이어 이달 16일에는 약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진정되며 상승 폭을 일부 내놓기는 했지만 돌아오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등이 불확실성을 추가로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찬의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급등을 야기했던 대외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 등) 불확실성이 누그러지며 환율 상승 폭의 상당 부분을 되돌렸고 한국의 4월 1~20일 수출 두 자릿수 증가세도 원화 펀더멘털을 지지했다”면서도 “5월 FOMC 회의와 4월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강달러 재개에 대한 경계감 역시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강달러 추세가 장기화하면서 금융지주들의 추가적인 환차손 인식도 불가피해 보인다. 외화대출 등 부채를 원화로 환산할 때 높아진 환율을 적용하면 평가 금액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 업계에서는 최소 2분기까지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 여부에 따라 환율이 다시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은 중동 확전 시 원·달러 환율이 최대 144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는 등 금융지주의 건전성 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18일 열린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국내 금융회사의 외화 건전성이 매우 양호한 편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외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외화자산·부채에 대한 포지션 관리를 강화하고 급격한 외화자금 시장 악화에 대비해 충분한 크레디트 라인을 확보하고 비상 조달 계획의 실효성을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은행들은 외화대출 규모를 관리하고 외화 조달 방안을 다양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위험 조정에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회계상 인식된 환차손은 해외 지점 운용 자본 등 특정 조건을 감안하지 않아 실제 위험과는 차이가 있다”며 “시중은행들은 외화유동성비율(LCR) 관리, 외화채 발행 등 환율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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