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부딪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8일(현지 시간) 마이애미에서 비밀리에 회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두 사람이 몇 시간 동안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만났으며 디샌티스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만남은 양측의 지인인 플로리다 부동산 중개업자 스티브 위트코프가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위트코프가 트럼프 측에 연락해 디샌티스와의 회동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를 지지하는 후원자들을 사로잡아 대선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캠프는 각종 민·형사 재판에 따른 법률 비용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캠프 측이 3월 말 기준 보유한 선거 자금은 9720만 달러로 바이든 캠프(1억 9300만 달러)에 훨씬 밀리는 상황이다. WP는 “디샌티스는 트럼프가 (바이든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 필요한 거물급 후원자 네트워크를 보유했다”며 “트럼프에 지친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디샌티스는 여전히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로서도 정치적 미래를 고려했을 때 당내 영향력이 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를 개선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디샌티스 주지사가 플로리다 선거에 나섰을 당시에 두 사람의 관계는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후 디샌티스 주지사가 그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자 고강도 견제가 시작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경선 내내 디샌티스 주지사를 “불충스러운 사람”이라고 비난했으며 디샌티스 주지사 선거팀으로 간 인사를 ‘배신자’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디샌티스 주지사는 2028년 대선을 고려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 호전이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최근 몇 주간 플로리다 리조트에서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를 노리는 의도로 해석되는 모금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측근들은 “정치적 미래를 생가갛면 트럼프와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트럼프의 공격 후 공화당 내 (디샌티스의) 영향력을 약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