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예고한 이스라엘군이 28일(현지 시간)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남부사령부의 전투 계획을 승인했다. 앞서 이스라엘이 협상안에서 처음으로 종전 가능성을 시사하며 협상 진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직후 해당 소식이 전해지며 가자 전쟁을 둘러싼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은 야론 필켈만 남부사령관, 예하 사단·여단 지휘관이 참석한 가운데 남부사령부의 ‘전쟁 지속 계획’을 승인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부의 은신처로 알려진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통해서만 하마스 궤멸과 인질 구출 등 전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140만 명의 피란민이 집중된 라파에서 시가전이 발발할 경우 막대한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전날 이스라엘이 제안한 새로운 협상안에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을 인도적 차원에서 석방할 경우 가자지구에서 “지속가능한 평온을 회복하는 방안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 달 동안 하마스 측은 협상에서 종전을 핵심 조건을 제시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하며 교착 상태를 이어왔다.
협상안에는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모두 가자지구 북부로 돌아갈 수 있게끔 하고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을 철수하는 등 하마스 요구 사항에 응하겠다는 의지도 포함됐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우리가 제안한 것이 하마스를 진지한 협상으로 이끌기에 충분하기를 바란다”며 “이스라엘이 협상을 타결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다는 것을 하마스가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는 첫 번째 단계가 실행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 종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상안은 중재국인 이집트 대표단이 26일 이스라엘을 찾아 당국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이집트 대표단이 이를 하마스 측에 전달했고, 하마스는 같은 날 밤 “검토 후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최근 휴전과 인질 석방 조건에 대한 입장을 바꾸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협상안은 6주간 휴전하는 대가로 이스라엘 인질 40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900명을 맞교환하는 방안을 담았다. 그러나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제시한 기준에 맞은 인질이 20명 정도에 그친다고 주장하자 이스라엘은 협상팀이 처음으로 40명 미만의 인질 석방을 논의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