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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은 금이요, 환(換)은 환이다 [양석준의 마켓인사이드]

양석준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위원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

‘최후의 보루 외화자산이 미래다’의 저자





금 가격이 많이 올랐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금 가격이 오르내리면 외환보유액에 포함돼 있는 금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104여 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90톤을 집중 매입한 덕이다. 당시 매입가격이 대략 온스당 1600달러 정도이니 아마 지금 상당한 평가익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4~5년 전만 해도 금 시세가 매입가격을 하회하면서 언론이나 국회 등으로부터 금을 비싸게 매입했다고 지적받기 일쑤였다.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금을 왜 이리 적게 보유하고 있느냐는 말이 나온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가 넘는데 금은 장부가액으로 50억 달러도 안 되니 그럴 만도 하다.

우리나라는 왜 외환보유액 규모에 비해 금을 적게 보유하고 있나? 그 이유는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의 가용성을 특히 강조하는 데다 금의 자산으로서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교과서에는 금이 유사시에 현금화할 수 있는 환금성이 좋은 자산으로써 외환보유액 요건을 잘 갖추고 있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 용이하게 사용되기는 어려운 자산이다. 금은 한번 매입하면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보유해야 할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매입한 금을 현금화하려고 내다 파는 순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우리나라에 무슨 큰일이 나서 금마저 팔아야 하는 속사정이 있지 않나 오해하기에 십상이다. 금은 금일뿐 우리가 당장 필요로 하는 외환은 아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나 되는데 금을 늘릴 여지가 충분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금융자산에 투자해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는데 굳이 무수익자산인 금으로 전환해 현금흐름도 없이 당장 매각하기도 눈치 보이는 자산으로 보유할 필요가 있는지 다시 반문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가 4000억 달러 초반대 수준에서 정체된 지 오래고 증가할 기미도 아직 보이지 않은 점 역시 고려사항이다.



그러나 금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 외환보유액에서 금의 역할과 비중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소위 브레턴우즈체제의 다음 시즌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 않은가. 달러의 위상, 국제통화제도의 안정성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금의 보유 규모는 늘려나가는 것이 방향적으로 맞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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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실적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금으로의 자산 재배분은 의미를 찾기 쉽지 않다. 따라서 적어도 앞으로 외환보유액이 증가할 때에 대비해 금을 매입할 기준과 방법을 미리 정해두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가격 판단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소규모로 꾸준히 적립해 나가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 하다.

한편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의 금을 모두 영란은행에 보관하고 있다. 2023년 한국은행은 보관금에 대해 현지실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최근 젊은 층에 인기 있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당시 실사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여기에서 제기된 두 가지 이슈를 설명하고 이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영국에 금을 맡겨 놓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했고 영국이 세계 최대의 금 시장이기 때문이다. 영국과 같은 국제금융시장에 보관함으로써 필요시 긴급하게 현금화하기 용이할 뿐 아니라 금의 일부를 대여 거래 함으로써 보관비용보다 많은 수익을 내고 있으니 사실상 수수료 없이 보관하는 셈이다. 향후 금 보유 규모가 획기적으로 증가할 때는 여러 곳으로 분산 보관도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두 번째는 금 실사 방법과 관련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8000여 개의 표준금괴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 실사에서 그중 200개를 샘플로 추출하여 특정 장소에 모아 놓고 검사하고 5개는 직접 창고에 가서 실물을 확인했다. 이러한 샘플 방식의 실사는 금이 모두 표준금괴로서 누구 소유의 꼬리표가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대여와 반환이 빈번히 이루어져서 소유하는 금괴 관리번호가 수시로 바뀐다는 점 등 금 보관과 거래의 실상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것이다.

실제로 영란은행은 엄청난 양의 표준금괴를 제련업자별 등의 분류방식으로 여러 창고에 보관하고 있으며 소유국가별로 금을 보관하고 있지는 않다. 실사는 그 당시 시점에 우리나라 금으로 지정된 금괴에 대해 샘플을 추출해 관리번호와 실물을 대조하고 실제 무게를 측정하는 한편 창고 보관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중앙은행이 한국은행처럼 영란은행에 실사를 다녀갔으며 모두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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