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의 지름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재계 10위권 밖에서 2위권으로 발돋움한 SK그룹, 애플을 물리치고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핵심 성장 동력 중 하나는 M&A였다는 것이다. 올해 주목할 M&A 키워드로는 구매력을 갖춘 ‘뉴 시니어’, 대기업발 선제적 구조조정, 중동 국부펀드 투자 등이 꼽혔다.
김이동 삼정KPMG 재무자문 부문 대표는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밸류업 시대, 투자·M&A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경제 발전과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M&A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대표 사례로 SK그룹을 예로 들었다. 김 대표는 “2012년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나라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리더가 되지 못했을 수 있었다”며 “하이닉스 M&A 건은 SK그룹이 재계 2위에 오른 결정적 계기이자 우리나라 메모리반도체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해외 사례로는 MS가 대표적인 M&A 성공 업체로 거론됐다. 김 대표는 “클라우드, 오픈AI 대규모 투자 등으로 MS는 이제 애플을 꺾고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꿰찼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M&A 시장을 이끌 트렌드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초고령화 사회가 도래해 앞으로는 구매력을 갖춘 뉴 시니어의 소비력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며 “시니어를 위한 화장품·헬스케어·엔터테인먼트·럭셔리 여행 산업이 성장할 것이 확실한 만큼 M&A 기회도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과 회생 기업 급증으로 인한 M&A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자금 사정이 어려운 대기업이 많다”며 “비핵심 사업을 매각해야 하는데 이를 인수할 사모펀드(PE) 업계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올해 회생 기업은 평년 대비 50~100% 증가한 1500~2000곳까지 나올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아울러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증가 △국가 간(크로스보더) M&A △중동 국부펀드 투자 등에도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10년간 국내외 M&A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특이점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국내시장의 경우 다른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 간, 이른바 이종 기업 간에 주식을 교환하며 성장을 촉진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6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며 CJ그룹의 콘텐츠 제작 능력과 티빙 OTT 서비스를 활용해 네이버 웹툰과 웹소설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영향으로 현지로 떠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 투자를 안 하면 원가 경쟁력을 가져갈 수 없는 환경이 됐다”며 “대기업이 미국을 가면 연관된 벤더 기업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국내 투자가 줄었고, 미국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와 내년에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M&A도 이뤄질 수 있다”고 점쳤다. 그는 특히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인 유니콘 기업들도 ‘보릿고개’를 겪고 있어 M&A, 경영권 매각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