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루 단위로 쓸 수 있는 가족돌봄휴가를 반나절로 나눠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족돌봄휴가는 아이와 노부모 등의 질병이나 사고로 보살핌이 필요할 때 쓰는 휴가로 1년에 최대 10일이 제공된다.
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등은 가족돌봄휴가를 근로자가 원하는 대로 나눠 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행 규정상 일 단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바꿔 반차나 반반차가 가능하도록 세분화하는 것이다. 가족을 장기간 돌봐야 할 때는 최장 90일을 쓸 수 있는 가족돌봄휴직이 있어 간헐적으로 생기는 응급 상황에는 가족돌봄휴가를 쪼개서 쓰는 게 낫다는 요구가 많았다.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방접종을 맞추거나 갑자기 아픈 것처럼 긴급히 대응할 일이 많다”며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휴직과 달리 이런 상황은 몇 시간만 내면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형태의 휴가가 사업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긴 어렵지 않겠느냐”며 “부모의 긴급 돌봄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가족돌봄휴가 사용을 유연화하는 것 외에도 △출산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단축근무 △출퇴근 시차제 등 다양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일·가정 양립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최근 아빠 출산휴가를 현행 10일에서 20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한 달 가까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또 현행 월 150만 원인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을 상당 수준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육아휴직 사용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맞춤형 ‘워라밸 정책 모델’을 개발해 근로자들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일하는 문화가 함께 바뀌어야 이 같은 제도 변경이 효력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가정 양립 제도를 갖춰도 사업체와 근로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업무 여건상 눈치를 보며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사업체 5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44.4%는 가족돌봄휴가 제도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소기업의 경우 영세해서 혹은 여건이 안 돼서 육아휴직·돌봄휴가 등을 원활히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업체들도 유연한 근무 제도를 택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법인세 감면과 같은 파격적인 혜택을 줘야 근로 문화가 바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