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의 수원CC 뉴코스(파72) 4번 홀은 파5인데도 타수를 줄이기가 쉽지 않은 홀이다. 웬만한 장타자가 아니면 티샷이 떨어지는 랜딩 지점이 개미 허리처럼 좁기 때문이다.
10일 수원CC 뉴코스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8억 원) 1라운드. 4번 홀에서 장타자들이 티샷을 할 때마다 탄성이 터졌다.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샷 1·2위를 달리는 황유민과 방신실은 이 홀에서 각각 283야드와 273야드를 때렸다. 이 정도 치는 선수들에게는 개미 허리 부분을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페어웨이가 넓게 느껴진다. 황유민은 두 번째 샷을 그린 프린지까지 보내는 사실상의 2온으로 간단히 버디를 잡았다.
이예원(21·KB금융그룹)은 드라이버 샷 거리가 투어에서 딱 중간 정도다. 4번 홀에서 257야드 티샷으로 좁은 랜딩 지점을 지킨 그는 두 번째 샷으로 핀까지 좋아하는 거리를 남겨 놓았다. 87야드에서 친 세 번째 샷. 볼은 핀 1m 안쪽에 붙었고 이예원도 간단히 버디를 챙겼다. 네 홀 연속 버디였다.
장타자들의 시원한 드라이버 샷이 첫날부터 대회 분위기를 끌어올린 가운데 실속을 챙긴 것은 이예원이었다. 버디 7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10번 홀로 출발해 후반 9홀에서는 버디만 5개다. 2위와 2타 차로 단독 선두다.
이달 5일 일본 투어 메이저 대회 월드 레이디스 살롱파스컵에서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다가 최종일 보기 7개(버디 3개)에 3위로 밀렸던 아쉬움을 털고 주무대로 돌아오자마자 버디 7개로 대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시즌 2승 도전이다.
이예원은 “일본에서는 최종일에 강풍이 계속돼 그린이 많이 단단해졌는데도 너무 핀만 보고 공략했다. 공이 튀어서 그린 밖으로 갔고 그린 주변 난도가 높아 더 어려움을 겪었다”고 돌아보며 “그래도 그 대회로 샷 감을 찾았기에 오늘도 그 감대로 친 것 같다. 지난해 이 대회 마지막 날 전반에 선두였는데 후반에 핀 공략이 잘못돼 타수를 잃고 (공동 3위로) 내려갔다. 같은 실수를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상금왕·대상·최소타수상 3관왕의 이예원이 선두로 치고 나가고 올해 주요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꿰찬 박지영(28·한국토지신탁)이 3언더파 공동 3위에 자리 잡으면서 흥미로운 우승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박지영은 2주 연속 우승이자 시즌 3승 도전. 최근 3개 대회 성적이 우승-공동 3위-우승일 만큼 경기 감각이 절정이다. 이날도 날카로운 아이언 샷 감으로 그린을 두 번만 놓쳤다.
통산 1승의 이가영이 4언더파 2위에 오른 가운데 상금 2위 황유민도 3언더파로 출발이 좋다. 이 대회 2021·2022년 우승자인 박민지는 이븐파(공동 30위)를 적었다. 투어 통산 상금 2위의 박민지는 이번 대회에서 8위 안에 들면 장하나를 밀어내고 통산 상금 1위에 등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