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민단체·정당 관계자들이 국민참여재판을 받지 못한 데 불복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법관이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현행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5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국민참여재판법) 9조 1항 4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자주통일민주전위 관계자 4명은 앞서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법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낡은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피고인들을 처벌할 가치가 있는지 국민의 상식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국민참여재판을 실시하지 않겠다며 배제 결정을 내렸다. 제주 지역에 이적단체 ‘ㅎㄱㅎ’을 결성한 혐의로 기소된 강은주 전 진보당 제주도당위원장 등 3명도 지난해 4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이들 변호인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북한이 반국가 단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며 “북한이 반국가 단체라는 대법원 판례가 현시점에서 유효한지, 이들이 국가 존립과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위협했는지 평범한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법원의 배제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마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헌재에 국민참여재판법 9조 1항 4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해당 조항에는 ‘법원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배제)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해 법관이 자의적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한 게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에 포함되는데 법원이 자의적으로 배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 27조 1항에서 규정한 재판받을 권리의 보호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배제 사유가 지나치게 모호해 문제라는 청구인 주장에 대해서도 법 조항에 국민참여재판 배제 사유를 일일이 열거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