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저출생대응기획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 [임채운 교수의 경제를 보는 눈]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가장 새롭다고 주목받은 대목은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여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며 경제성장 정책을 이끌어온 ‘경제기획원’과 같이 종합적이고 강력한 사령탑 역할을 담당하는 부총리급의 기획 부처를 설치하여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해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인구감소로 인해 국가 소멸의 위기까지 예견되는 상황에서 저출산을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여러 부처의 관련된 정책을 총괄하여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 현재 인구문제를 다루는 최고위급 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책 권한과 예산권이 없는 위원회 조직으로 실행력을 갖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그동안 각 부처가 따로 놀면서 저출산 대응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효과는 별로 없었다. 지난 15년간 출산장려를 위해 투입한 예산이 280조원에 달하지만, 출산율은 계속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의 평균 출생아 수)은 0.65명으로 최초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저출산에 대응하는 접근을 복지 정책의 차원을 넘어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도 긍정적이다. 대통령이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밝히며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게 하고, 자녀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부담을 줄게 하겠다’라는 설명은 정확하고 적합하다.



저출산 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그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주거, 교육, 노동, 일자리, 의료, 복지, 노후 등의 모든 문제가 얽혀 있다.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출산과 양육을 억압하는 경제적 구조와 사회적 문화가 뿌리처럼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한 두가지 정책만으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육아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복지성 대책은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채 증상만 악화시킬 따름이다. 나무로 치면 속에 골병이 들어 안에서부터 시들고 뿌리가 썩어가는데 영양제와 비료만 주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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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난해한 저출산 문제를 부총리급의 부처 신설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교육 개혁, 노동 개혁, 연금 개혁, 의료 개혁 등 어느 하나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태에서 이 모든 것이 해결되어야 풀리는 저출산 문제를 부처 설치로 해결하겠다고 하니 생뚱맞기만 하다.

저출산에 대응하는 신생 부처가 조직을 갖추고 역량을 발휘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실효성도 미흡할 것으로 예상한다. 차라리 기획재정부를 저출산 대응 부처로 변경하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획재정부는 재정과 예산을 책임지며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을 통제하는 사령탑 기능을 담당한다. 국회와 야당도 법안이나 예산에서 기재부 눈치를 볼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런 기획재정부를 저출생대응기획부로 변경하여 모든 부처의 정책과 예산에서 출산장려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면 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날 것이다.

저출산 정책이 힘을 발휘하려면 국회와 야당의 협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통령도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야당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하였다. 국가의 미래 운명을 좌우하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야말로 정부뿐 아니라 여야 정당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만일 저출생대응기획부가 출범하면 장관에 야당 인사를 임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 국가적 비상사태인 인구감소 위기를 여야가 같이 해결하는 것에서 실질적 협치의 단초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공약으로 ‘인구위기대응부’를 내세웠으니 야당 공약을 수용하는 의미로 저출생부처를 만들었다고 하면 야당도 거부할 명분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국회가 입법할 때 ‘출산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법안은 아무리 중요해도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 부처 신설이 아니라 국가 개조 수준의 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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