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재는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리더’가 될 수 있는 인재라면 100만 달러 이상은 물론 최고경영자(CEO)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조건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조주완(사진) LG전자(066570) 대표가 1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실리콘밸리 특파원단과 만나 “특별히 모시고자 하는 인재라면 연봉은 물론 모든 조건에서도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픈AI를 비롯한 AI 테크 기업이 100만 달러 이상 초봉으로 인재들을 유혹하고 있는 만큼 LG전자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AI 인재 채용과 글로벌 투자자 기업설명회(IR),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서밋 참석 등을 위해 일주일간의 서부 지역 출장 일정에 올랐다. 조 대표의 첫 일정은 AI 인재 확보를 위해 개최된 LG전자 테크콘퍼런스다. AI 인재 확보를 위한 LG전자의 진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조 대표는 “인재풀을 확보해놓고 눈여겨봐왔던 분들을 초청해 LG전자의 매력을 전달하는 자리”라며 “LG전자에 합류하면 소프트웨어(SW)에 머무는 빅테크와 달리 실제 시민들의 생활과 상호작용하는, 실제 세상을 움직이는 AI를 구현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AI에 대한 관심이 초거대 AI 모델에 쏠려 있지만 TV·백색가전·전장 등 실제 서비스가 적용될 실물 기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LG전자가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제품은 연간 1억 대 이상에 달한다. 제품 수명을 7년으로 가정하면 LG전자는 7억 대의 소비자 접점을 지닌 셈이다. 인재는 물론 사물인터넷(IoT)과 엣지(온디바이스) AI 적용에 관심이 큰 AI 빅테크에도 매력적인 요소다.
조 대표는 “AI를 통해 손에 잡히는 실물을 구현하고자 하는 MS·메타 등 빅테크들이 LG전자의 기기 수를 보고 먼저 손을 벌려오고 있다”며 “하반기에 AI 스마트홈 패키지 오퍼레이터를 출시는 물론 스마트홈 업체 인수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스마트홈 선두 주자인 LG전자가 AI 수혜주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AI 단말이 될 가전은 물론 데이터센터, 전장 등 영역에서도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전 사업이 전통적으로만 여겨져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AI 산업의 다양한 계층에서 초거대 AI 모델 개발사만 수혜를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전부터 데이터센터의 에어컨 쿨링, 전장까지 LG전자의 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다.
LG전자의 기존 사업 분야를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도 재확인했다. TV 플랫폼인 웹OS는 광고 등으로 일으킨 매출이 올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조 대표는 “TV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돼 기기가 아닌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으로 현재 LG전자의 사업 분야 중 가장 변화의 속도가 큰 부문”이라며 “플랫폼 사업은 전장·로봇 등 스크린이 부착된 모든 기기에 적용할 수 있어 확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