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종교를 가르친다기보다 공감과 사랑을 전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승의날이자 부처님오신날인 15일을 하루 앞두고 1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학주(58) 수석 교법사(불교 선생님)가 바쁘게 학교 이곳저곳을 누비며 이같이 말했다. 이 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종립 학교인 동국대 사범대학부속여자고등학교(교장 민보경)에서 16년째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다른 종립 학교에서 일한 경력까지 합하면 28년 차 ‘베테랑’ 법사다.
이 법사는 1·2학년 전 학급을 대상으로 주 1회 교양 철학 수업을 진행한다. 불교는 물론 전반적인 동양 사상과 심리학 등을 폭넓게 배우며 자아를 성찰하고 명상으로 내면을 가라앉힌다는 취지다. 이 법사는 “말이 철학이지, 수업 시간 50분 중 30분 이상이 학생들 간의 대화로 이뤄진다”면서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고 타인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이 법당으로 몰려와 이 법사에게 케이크와 롤링 페이퍼를 전달하고 노래를 부르며 스승의날을 기념한 ‘깜짝 이벤트’를 선사하기도 했다. 이날 이벤트를 만든 불교학생회장 최가현(17) 학생은 “전학을 온 뒤 불교 학교의 분위기 덕분에 적응도 빨리하고 명상을 하며 ‘힐링’도 됐다”면서 “불교의 매력을 느껴서 개종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 법사의 명함에는 ‘행복코치’라는 말이 함께 새겨져 있다. 이에 대해 묻자 “10여 년 전 마음의 상처를 입은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감정 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면서 “행복한 학교를 위해서는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부모·친구 등 주변의 모든 이들이 심리적으로 치유되고 행복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법사의 교육 철학은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어떻게 대하느냐’에 있다. 그는 “보통 청소년들이 마냥 시끄럽고 무질서하다는 편견이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잠깐의 명상을 통해 숨 쉴 틈을 주기만 하면 교실 전체가 고요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무거운 종교적 책무를 지게 하는 대신 ‘나’에서 시작해 ‘너’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어요. 학생들이 마음 놓을 수 있도록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교육계에서 불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