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북한의 핵 도발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책임 있는 행동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14일 방중 마지막 일정으로 베이징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베이징특파원 대상 간담회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의 공조가 힘든 이유에 대해 “지난 4~5년간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구체적인 문제가 생겨서 안 풀리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이 유엔대사로 있을 당시 미국 주도로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를 네 개나 채택했고 중국도 동의해 북핵 문제의 위험성에 대해 상임이사국 5개국의 확고한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미중 전략 경쟁이 겹쳐서 외교는커녕 의장 성명 하나 채택 못 하는 게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 같은 안보리 상황은 동북아시아 지정학적 상황을 그대로 투영하는 것으로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대한 우리 기대 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13일 회담에서는 한중 간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면서 각자 할 말은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중 양측은 서로 동의는 못 하지만 왕이 부장에게 중국에 기대하는 역할을 설명했고 왕 부장도 자기 논리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다만 조 장관은 회담을 통해 “합의 문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폭넓게 상호 관심사를 꺼냈고 서로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모멘텀을 만드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로부터 청취한 건의 사항 중 지식재산권에 대한 규제 없이 K드라마 같은 것이 상영되는 문제와 투자 환경의 애로 사항 등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