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항공교통(UAM)이 수직 이착륙할 때는 고출력 특성을 갖는 전기 배터리가, 항속 비행시엔 고에너지 특성을 가진 수소연료전지가 최적이죠.”
현대차·기아가 16일 경기도 남양연구소에서 개최한 ‘2024 사내 발명의 날’ 행사에서 최고상인 최우수상을 받은 김종필 책임연구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특허 출원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 책임연구원이 출원한 ‘멀티 전력원으로 구성된 친환경 항공용 파워넷 구조’ 기술 특허는 지난해 현대차·기아 임직원들이 출원한 3000여 건의 사내 발명 특허 가운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고상으로 뽑혔다.
UAM는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는 미래 핵심 모빌리티 중 하나다. 활주로가 없는 도심에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음과 매연도 없어야 한다. 전력원으로 배터리가 꾸준히 거론된 이유다.
하지만 배터리는 단점이 있다. 출력이 높아 수직 이착륙에는 적합하지만 방전 우려가 있고 항속거리가 짧다. 김 책임연구원이 ‘배터리와 함께 수소연료전지를 UAM의 에너지원으로 써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지점이다. 그는 “내연기관 엔진에 넣은 항공유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폭발하는 힘으로 항공기를 움직이는 것처럼 수소연료전지에서는 수소가 항공유 역할을 한다”면서 “배터리보다 출력은 약하지만 에너지를 꾸준히 낼 수 있는 데다 환경오염 우려가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경쟁사들은 활주로가 없는 UAM의 특성상 배터리 기반의 항공기를 만들고 있다”면서 “수직으로는 띄울 수 있어도 짧은 항속거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공기는 도로 위의 차와 다르게 정해진 속도와 고도 등 비행 환경이 정해져 있어 파워트레인을 공격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면서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를 혼합하면 고출력과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동시에 사용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UAM 연구개발(R&D)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현대차의 첫 순수 전기차인 아이오닉 5의 R&D를 담당해왔다. 전기차 플랫폼인 E-GMP의 R&D 경력을 UAM으로 확장한 셈이다. 그는 “전기차의 플랫폼을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래 모빌리티의 전력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룹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보상해주는 제도도 동기 부여가 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15년째를 맞은 발명의 날 행사는 현대차·기아가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도할 우수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동시에 임직원의 창의적인 R&D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한 사내 특허 경진대회다.
김 책임연구원 외에도 배재관 연구원이 ‘전자기석을 이용한 연료전지 시스템의 출력 및 내구성 향상 제어 방법’ 특허로 최우수상을 공동 수상했다. 홍성민 책임연구원 등 2명이 우수상을, 윤진영 책임연구원 등 4명이 장려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외에도 창의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 확보 프로젝트 시상도 진행했다.
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 사장은 “다양한 R&D 지식 경연의 장을 통해 연구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핵심적으로 기여할 신기술을 미리 확보하고 글로벌 R&D 지적재산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