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정부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일단 한숨 돌렸다’며 의료계가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이 의료계의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해당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전날 뇌 MRI 촬영을 위해 병원을 방문한 전 모(70)씨는 “얼른 해결이 되기만을 바라왔다”면서 “심장이나 뇌처럼 생명에 필수적인 부문에서 의료진이 부족한 것은 사실 아니냐. 정부가 빨리 정책을 마무리하고 전공의들도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환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혈관 질환으로 대학병원에서 응급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던 적이 있는 정 모(55)씨도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의료 복지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의대 증원은 당연한 결과”라며 “과거 빠른 수술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입장에서 요즘같은 때 그런 일을 당했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의사들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하루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호사 A(23)씨도 “의대 증원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 아니냐”면서 “의료 대란이 종식되고 간호사 발령 웨이팅 문제나 상급병원 채용도 원활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갑상선 외래 진료를 위해 대학병원을 주기적으로 찾는 허 모(63) 씨는 “증원이 실제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연 의사들이 납득할지 그간의 선례를 봤을 때 여전히 복귀할 지가 미심쩍다”면서 불안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어쨌든 2000명을 늘리게 된다면 정부도 의사 교육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정부의 결정에 법적 정당성이 어느 정도 부여되는 것인데, 그럼에도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전면 백지화를 내걸게 되면 너무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김씨 역시 "이제 정부가 인원 조정 등 협상을 통해 의사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다가서야 한다"며 추후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날 법원 결정에 따라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절차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단체는 재항고로 법적 대응을 이어가는 한편, 현장 미복귀나 휴진 등으로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달 14일 하루에 30명 넘게 돌아오는 등 소폭 복귀하고 있으나 본격적인 복귀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