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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법원 결정에 '막말' 논란… 의협 회장, 판사에 "대법관 자리로 회유" 의혹

"법원 결정, 공공복리 심각하게 위협"

증원 과정 모든 소통내용·공문 공개 요구


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배분에 반대하며 동시다발적 소송을 냈다가, 정작 패소 결정이 나오자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이 필수의료 회복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재판부 판단을 두고 “되레 공공복리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재판장이 정부의 대법관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에 회유됐다며 인신공격성 막말까지 쏟아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고법이 의대증원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한 가운데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서울고법이 의대증원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한 가운데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17일 정부와 의료계, 법조계에 따르면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 등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관련해 법원에 총 19건의 행정·민사소송을 냈다. 이 가운데 증원 일시정지 목적으로 낸 집행정지·가처분 등은 16건으로 15건이 각하 혹은 기각됐다. 집행정지 사건의 경우 8건 중 7건이 1심에서 원고의 자격이 없다며 각하됐고 1건은 1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가처분 사건 8건도 모두 1심에서 기각 또는 이송 결정이 나와 항고한 상태다. 대부분 법리를 다퉈 보기도 전에 소송 자격이 없다며 각하된 묻지 마 소송이었던 셈이다.



의료계를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전날 서울고법이 기각을 결정하면서도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가 인정된 점을 들어 “정원이 4배 늘어난 충북의대생이 낸 집행정지는 인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건들 모두 소송 쟁점이 대동소이한 만큼 아직 1·2심 결정이 나오지 않은 사건에서 의료계가 승소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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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서울고법 결정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대한의학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공동 성명서에서 “재판부 결정은 학생·전공의·교수들이 희망을 잃고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이 “환자와 의료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의사단체는 “의대 정원 수요조사 당시 교육부와 대학본부, 의대 학장, 교수협의회에서 일어났던 모든 소통 내용과 공문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공개를 요구한 사항은 의학교육 점검의 평가·실사 과정과 보고서 전체, 배정위원회 위원의 전문성과 이해관계 상충 여부, 배정 과정을 담은 회의록이다. 정원 배정 후 각 학교 학칙 개정 과정·결과와 함께 교육부에서 받은 학칙 개정 관련 공문, 최소 수업일수 변경 여부도 전부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진정한 의료 개혁을 위한 논의를 밀실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전문가들과 함께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7일 서울 시내 한 의대 강의실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형주 기자17일 서울 시내 한 의대 강의실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형주 기자


임 의협 회장은 이날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항고심 재판장인 구회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해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좀 있다”고 주장했다. 구 판사는 현재 제청 절차가 진행 중인 신임 대법관 후보 55인 명단에 포함돼 있다. 그는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통로가 막혔다”며 “의대 교수님들 집단지성에서 이분이 어느 정도 본인 이익을 찾으려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의견들이 상당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차라리 일반의로 개업을 할지언정 필수의료 위주로 모욕까지 당하면서 병원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의대 교수들도 격앙돼 있다. 정부에 분명하게 학생·전공의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액션을 보여줘야 되겠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개원의, 2차병원 봉직의들도 교수들과 힘을 합쳐 움직이자는 주장이 의협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게 임 회장의 설명이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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