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공익법인 관련 세금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무거워 기부 문화 확산을 억누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공익법인 활성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세계기부지수가 지난해 기준 전세계 79위에 그쳤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우선 우리나라의 공익법인 관련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상증세법은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5% 이상 취득할 경우 반드시 증여세를 물도록 강제하고 있다. 지분율 20~50%까지 한 푼도 세금을 물리지 않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지나치게 가혹한 세금 체계다. 공익법인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 역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적용하는 규제다. 특히 국내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중소·중견기업 역시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사실상 기업이 출자하는 공익법인이 생겨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집단에 소속된 공익법인들이 보유한 계열사의 평균 지분율 1.1%에 불과해 사회공헌에 필요한 충분한 수준의 배당을 받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국제자선단체인 영국 CAF(기부와 구호재단)가 발표한 '2023 세계기부지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기부참여지수는 38점에 불과해 142개국 중 79위에 그치기도 했다.
임동원 한경협 책임연구원은 "공익법인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그 재원인 기부활동은 부족한 형편"이라며 "우리나라에도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같은 곳이 나올 수 있도록 공익법인에 대한 상증세 면제 한도를 조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렌베리는 공익법인이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기업승계가 공익법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대신 기업 오너는 고용을 지키며 수익 대부분을 기부해 스웨덴 경제에 ‘윈윈’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발레베리의 관계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