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금리·물가 뛰는데 전기요금만 제자리"…사업 줄이는 유럽 재생에너지 기업들

유럽 선두 재생에너지 기업, 생산목표 잇따라 감축

재생에너지 생산보다 전력망 투자로 방향 돌리기도

고금리·저요금 환경에 신규 프로젝트 진행 어려워

17일 촬영된 중국 남동부 푸젠성 핑탄현 앞바다의 풍력발전단지의 모습. 신화연합뉴스17일 촬영된 중국 남동부 푸젠성 핑탄현 앞바다의 풍력발전단지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유럽의 주요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고비용 대비 낮은 전기 요금에 대한 부담으로 재생에너지 개발 목표를 축소하고나 재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화석 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FT는 논평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인 노르웨이 국영 스태트크래프트(Statkraft)는 연간 재생 에너지 용량 목표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이번 달 밝혔다. 포르투갈의 에너지기업 EDP 또한 고금리와 전력 가격 하락을 이유로 용량 목표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세계 최대 해상 풍력개발업체인 덴마크 오스테드는 비용 상승을 이유로 미국 내 대형 프로젝트 2개를 포기했고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로 10GW(기가와트) 이상 줄였다. 이는 수백 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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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생산 눈높이는 앞으로도 당분간 낮아질 전망이다. 스태트크래프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비르기테 링스타드 바르달은 FT에 “재생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속도는 느리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거대 에너지기업인 이베르드롤라 역시 4월 재생에너지에 대해 좀 더 ‘선별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며 대신 전력망에 더 집중할 계획을 밝혔다. 이베르드롤라는 더 이상 2030년까지 80GW 재생에너지 공급이라는 기존 목표치를 말하지 않고 대신 100GW의 재생에너지 파이프라인을 강조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전력회사인 이넬(Enel) 역시 지난해 11월 재생에너지 투자를 2023~2025년 170억 유로에서 2024~2026년 121억 유로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2026년까지 76GW 공급이라는 목표는 계속 유지해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 디 밀라노’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이터연합뉴스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 디 밀라노’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이터연합뉴스


유럽 기업들이 눈높이를 낮추는 이유는 재생에너지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글로벌 자원시장 분석기관인 우드맥켄지의 재생에너지 연구책임자 노먼 발렌타인은 “비용 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고, 재생에너지 성장에 대해서도 큰 현실 점검이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수 년 간 금리가 오르면서 신규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했고, 원자재 비용도 급등했다. 하지만 일부 시장에서는 전기 요금이 오히려 하락하면서 기대되는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는 추세다. 규제 승인 절차가 여전히 느린 점도 문제로 꼽힌다. 캐나다 왕립은행(RBC)의 자회사 RBC 캐피털마켓의 에너지전환 책임자인 랄프 이벤달은 “높은 금리는 재생에너지 개발업체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준금리가 5%인 경우 프로젝트 수준에서 7~9%의 수익률을 말하는 것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며 “(유틸리티 기업에게는) 그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 기회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그린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그린 에너지를 실어나를 전력망 개선 및 확충이 더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목소리도 커진다. 이넬은 전력망 업그레이드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베르드롤라는 계획된 410억 유로의 투자금 중 60% 가량을 전력망에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언젠가는 개선될 것으로 확신하는 모습이다. 이벤달은 “원래 이런 일은 파도처럼 일어나며, 지금은 곡선의 바닥에 있지만 분위기는 결국 다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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