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믿었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 관련해 “핵 미사일 능력을 무시한 채 의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정세를 오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특히 문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더는 독일의 영토를 확장하지 않겠다’는 아돌프 히틀러의 말을 믿고 나치 독일과 뮌헨 협정을 체결했던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의 실책에 빗대며 “의도만 믿는 것은 국가 안보 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20일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 회담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국제정치에서 사안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의도와 능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38년 뮌헨 회담이 체임벌린 총리와 히틀러 사이에 체결됐는데, 체임벌린 총리는 히틀러의 의도를 전적으로 신뢰했다”며 “뮌헨 회담이라는 유화정책의 결과로 다음 해인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발간된 회고록에서 “상응 조치가 있다면 비핵화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김 장관은 “북한의 의도를 전적으로 믿는다면 그것은 대단히 부정적인 안보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해 억제를 하겠다고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도 “북한의 경우 (핵·미사일 사용) 의도도 갖고 있고, 능력도 있다”며 “왜 의도만 평가를 하나. 그것은 국가 안보 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탈북한 북한 이탈 주민이 “문재인 정부였다면 탈북을 결심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전하며 2019년 탈북 어부 북송 사건 또한 직격했다. 그는 “탈북민 증언을 들어보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장관은 북한이 통일전선부를 폐지하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10국’으로 개편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남 심리전 등 기능은 변함없이 수행 중이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