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세운 인공지능(AI) 기업 'xAI(엑스AI)'가 대규모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금융기관들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국내 투자 검토 기관들은 엑스AI가 향후 샘 올트먼의 오픈AI와 함께 전 세계 AI 시장을 양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21일 정보기술(IT)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엑스AI는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5000만 달러(약 682억 원) 이상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금융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 산하 투자사들이 대규모 자금 집행을 앞두고 있으며 대형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도 투자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엑스AI의 전체 조달 규모가 60억 달러(약 8조 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 배정된 물량은 전체 규모와 비교해 작은 규모다. 그럼에도 국내 기관들이 엑스AI의 첫 투자 유치에 참여함으로써 해외 유수의 벤처캐피털(VC)과 같은 단가로 엑스AI가 새롭게 발행한 주식을 취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엑스AI는 약 10곳의 글로벌 VC에 투자 물량을 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VC들은 펀드에 참여할 출자자 혹은 공동 투자자를 모으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로는 세콰이어캐피털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엑스AI는 최초 30억 달러 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투자자들의 투자 경쟁이 심화되면서 60억~70억 달러로 조달 규모를 확대했다"면서 "이르면 내달 중에는 정확한 투자자가 공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최근 엑스AI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기관은 엑스AI에 대한 심사위원회를 열고 투자 결정을 내렸으며 투자 자회사를 통해 각각 1000만 달러(136억 원) 이상 규모의 자금을 집행하기로 했다. 엑스AI의 주식을 직접 취득하는 방식보다는 외국계 VC와 공동 펀드를 조성하거나 엑스AI 투자를 위해 조성하는 특수목적기구(SPV)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해 7월 설립된 엑스AI는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약 180억 달러(24조 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정도로 시장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테슬라를 글로벌 1위 전기자동차 기업으로 키워낸 머스크의 후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달 엑스AI가 출시한 대형언어모델(LLM)인 '그록-1.5'가 오픈AI ‘GPT-4’의 성능에 근접하는 평가를 받은 것도 이번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오픈AI의 기업가치는 약 800억 달러(109조 원) 수준의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국내 투자자들은 엑스AI가 관계기업인 테슬라를 비롯 스페이스X, 뉴럴링크, 보링컴퍼니, 엑스(옛 트위터) 등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성장한다면 오픈AI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우주사업과 터널 건설, 테슬라가 함께 성장하는 경제 생태계를 의미하는 이른바 '머스코노미(머스크와 이코노미의 합성어)'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국내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전 세계 AI 시장은 ‘쩐의 전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엑스AI가 대규모 자본 유치를 바탕으로 생성형 AI 생태계 확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