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70돌을 맞았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53년에 협회를 설립했는데 혼란과 결핍의 시기였음에도 자본시장의 싹을 틔웠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열정이 대단하다. 바꿔 생각하면 기업과 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본시장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 자본시장은 기업·경제의 혈맥으로서 여러 시련을 극복하며 성장해왔으며 기업도 은행 중심 대출시장에서 자본시장으로 이동해오고 있다.
70년은 사람으로 치면 한 일생이 온전히 담길 정도의 시간이지만 수백 년 전부터 자본시장을 일궈온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 자본시장은 아직 청년기에 가깝다. 지난 고도성장 과정에서 수출 중심 경제를 표방하며 제조업은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간 우리 자본시장도 주식 투자자 수 1400만 명, 시가총액 2500조 원, 연간 거래 대금 405조 원, 상장 종목 수 2800여 개로 외형은 청년처럼 훌쩍 자랐다.
하지만 선진국 대비 지속적인 저평가를 받는 등 아직 미흡한 측면도 많다. 이런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기업 밸류업’이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로 부상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정부는 관련 토론회 및 지원 정책 발표, 해외 기업설명회(IR) 등과 더불어 관련 세제 점검 및 연기금·인게이지먼트펀드 등 기관투자가 측면의 개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 관련 지수 개발 등 우리 자본시장에 걸맞은 평가를 받기 위한 ‘종합 플랜’을 펼쳐오고 있다.
물론 보다 강력한 지원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너무 성급한 비판이 아닐까. 때가 되면 어느 순간 몇 척을 자라는 대나무처럼 좋은 시기를 도모하기 위한 기다림의 자세도 필요하다. 밸류업은 양적으로 성장한 우리 자본시장에 질적 변화를 꾀하는 점진적인 과정으로 제도의 개선과 투자 문화의 선진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협회는 ‘밸류업 태스크포스(TF)’를 발족, 이달 28일 일본 금융청 인사를 초청해 밸류업 국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밸류업 지원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지속하겠다.
자본시장 밸류업은 단순히 기업과 투자자 차원의 문제를 넘어 저성장·저출생으로 인해 정체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경제 선순환 정책’이다. 전 국민의 노후를 위한 연금 자산 증식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 자본시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다만 글로벌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일본의 밸류업 정책도 10년이 넘은 지금에야 빛을 발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된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로 들어서려면 자본시장 밸류업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인 동시에 세계적인 요구이며 거스를 수 없는 큰 조류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