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법적 권리 주체로 인정하는 법안이 국내 최초로 추진된다.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AI에도 ‘법인격’을 부여해 주식처럼 사고 팔수 있는 시장을 형성하자는 게 입법 취지다. AI 산업 패권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AI거래소 설립을 위한 법체계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AI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전자인법안’을 이르면 이번 주 중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며 “현재 법안을 최종적으로 다듬고 공동 입법자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AI 산업은 세계 주요국과 기업들의 관심 속에 하루가 다르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기술의 고도화로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율성’도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법적 장치는 미비한 실정이다.
김 의원은 “AI에게 책임을 묻게 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되는데, 현행법상 AI의 법률행위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법리는 없다”며 “손해가 발생하거나 불법행위가 일어났을 때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부분이 AI 산업의 가장 큰 치명적인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율성은 AI의 최대 강점이자 틈”이라며 “이 틈을 잘 활용하는 것이 AI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이고 우리 같은 후발주자가 살아날 기회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추진 중인 ‘전자인법안’은 법인격을 지닌 AI를 ‘전자인’으로 규정하고, 정관으로 정한 목적의 범위 내에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자인으로 인한 인권 침해 행위를 금지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전자인은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전자인을 사고파는 전자인거래소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설립된다면 글로벌 AI 거래시장의 선점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냉정하게 봤을 때 우리나라가 AI나 AI 로봇을 개발해 관련 기술시장에서 선두에 나서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하지만 사고파는 것은 가장 먼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후발주자인 네덜란드가 동인도 회사라는 제도를 세워 주식을 거래하면서 전 세계의 자본을 빨아들였듯이 우리도 유통시장을 선점하자는 것”이라며 “전자인 거래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으로 모든 인공지능이 몰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자인법안은 아직 미완성”이라며 “전자인법은 법인으로 따지면 민법총칙에 해당하고 전자인을 사고팔기 위해서는 주식전자인법과 전자인거래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여야가 정쟁만 거듭한 끝에 AI 산업 발전을 위한 ‘AI기본법’마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입법은 불가능하겠지만, 22대 국회에서 어떻게 법안을 다뤄야 할지 모델을 세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여야 가릴 것 없이 AI 발전을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이 법을 참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