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학자의 약 88%는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기준금리를 먼저 내리면 안 된다고 밝혔다. 한국의 올해 성장 전망치가 예상보다 높고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원화 약세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선제 금리 인하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아직은 통화정책을 신중히 가져가야 할 때라는 뜻이다.
서울경제신문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 전후 기간인 22일부터 24일까지 국내 주요 대학 경제학과 교수 32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7.5%(28명)가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 안 된다’고 밝혔다. 한미 간 기준금리 차가 2%포인트나 벌어져 있어 기준금리를 먼저 내리면 원화 가치의 장기 약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응답자의 53.1%(17명)는 금리 차가 커질 경우 ‘장기간 원화 약세 등 환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러 조건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린다면 환율은 물론이고 물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서 부총재를 지낸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금리 차이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작거나 감내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면서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5%로 올라간 상황에서 하반기 불확실한 물가 경로를 고려하면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할 요인이 적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학과 교수들은 제21대 국회 임기가 29일 끝나는 시점에서 정치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국민연금 및 노동 개혁 △규제 완화 및 서비스산업발전법 추진 △의료 개혁 △여야 간 협치 등을 꼽았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협치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법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