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백혈병으로 15세의 나이에 숨진 이탈리아 소년이 성인(聖人)으로 추대된다. 가톨릭교회의 첫 밀레니얼 세대 성인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복자(福者)인 카를로 아쿠티스(1991~2006)에 의한 두 번째 기적이 있었다고 결정, 이 소년에게 시성(諡聖) 자격을 부여했다. 사후 14년 만인 2020년 복자 반열에 오른 그는 두 번째 기적이 인정됨에 따라 성인 반열에 오를 자격을 갖췄다.
가톨릭교회는 순교자 등 생전 신자들의 모범이 된 이들을 시성 절차에 따라 가경자(可敬者), 복자, 성인으로 추대한다. 교황청에서 성덕이 인정돼 가경자가 된 뒤 한 번의 기적이 인정되면 복자, 두 번 이상의 기적이 검증되면 성인으로 각각 추서된다. 한국인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경우 사후 148년 만에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아쿠티스가 성인에 오르게 되면 밀레니얼 세대 최초의 성인이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성한 912명 가운데 가장 최근에 태어난 사람은 1926년생이었다. 아쿠티스는 1991년 이탈리아인 부모 슬하에서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어릴 때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주했다. 초등학생 때 코드를 독학해 깨친 컴퓨터 영재로 가톨릭 성인의 기적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제작·관리하는 등 가톨릭 복음을 온라인으로 전파하는 데에 힘써 '신의 인플루언서'로 불렸다.
그는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2006년 10월 1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 유언대로 청빈한 삶으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성인(1181∼1226)의 고향 아시시에 묻힌 아쿠티스는 앞서 2020년 복자에 올랐다. 2013년 췌장 관련 질병을 앓던 7세 브라질 소년이 아쿠티스의 티셔츠 유품을 접하고 그를 위해 기도한 뒤 완치된 일이 기적으로 인정받은 데 따른 것이다.
두번째 기적은 2022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자전거 사고로 긴급 개두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졌던 20대 코스타리카 여성 발레리아 발베르데와 관련된 것이다. 이 여성의 어머니는 사고 며칠 뒤 아시시에 있는 아쿠티스의 무덤에서 딸의 회복을 기도했다. 위독한 상태였던 발베르데는 모친이 기도한 바로 그날 인공호흡기 없이 호흡을 시작했고 언어 능력 등을 회복했다고 전해졌다. 10일 후에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뇌타박상도 사라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