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곽신웅 칼럼]우주항공청 성공하려면

곽신웅 국방우주학회장(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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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이 27일 출범했다. 때마침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하는 ‘서울포럼 2024’에서 28일 우주항공청 개청을 계기로 우주포럼을 열어 출범의 의미를 더한다.



우주항공청은 경남 사천에 자리해 지리적으로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직원의 50% 이상이 공직 경험이 없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돼 우려되는 면이 있다. 또 직접 연구개발(R&D)을 하는 조직이 아니어서 인적 규모가 과도하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조직법에 의한 통상적 규모에 연연하지 말고 혁신적으로 조직을 구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주항공청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예산 확보다. 현 정부가 국가 R&D 사업을 혁신하는 차원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으나 법을 개정해야 돼 시간이 소요되고 언제 통과될지도 알 수 없다. 앞서 예타 대상 규모 확대(총액 기준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증액) 개정안조차도 보류된 상태라 예타 제도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은 쉽지 않다. 정부 재정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예타 제도에 대해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특정 R&D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 사업이 중요한데도 통과가 안 된 것이 예타 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재정 당국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상대평가를 하는 과정이며 때로는 부처 내에서 해야 할 사업의 선별 기능을 예타 제도가 대신 해주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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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는 예타 제도가 없다거나, 선진국의 연구자들은 예산을 편하게 받는 반면 대한민국 연구자들만 힘들다거나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국가별로 예산을 심의하는 절차는 모두 갖추고 있다. 형태가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각 부처가 예산 총액 및 개별 사업에 대해 재정 당국 혹은 국회의 직접 심의 절차를 거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총예산 및 개별 예산도 미 상·하원에서 직접 심의를 받고 있다. 차이는 부처별로 자체적인 R&D 예산 심의 절차가 있어 장기 계획을 부처가 세우고 직접 예산 작업을 한다는 점이다. 1차적으로는 우리의 예타에 해당하는 작업을 부처가 내부적으로 하고 2차적으로는 부처가 마련한 예산안에 대해 사업별로 미 국회에서 2차 검토를 받아 삭감되거나 증액되고 특정 사업이 추가 반영되거나 삭감된다. 우리와 방식이 다를 뿐 R&D 예산을 심의하기는 마찬가지다.

2023년도 4차 예타 신청 때부터 부처 예산 한도(증액 예상분 포함) 내에서 예타를 신청하도록 조정했더니 예타 신청 사업 수 자체가 줄어들었고(3분의 1 수준), 예타 대상 선정 후 예타 적정성 검토 통과율은 70% 전후로 상향됐다. 결과적으로 부처 및 전문기관들이 예타 적정성을 검토하는 데 따른 행정력 소모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특정 부처에 대해 시범적으로 예타를 폐지하고 이를 점차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 예타를 대신하는 제도를 본격 시행하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재정 당국을 고려할 때 국방 R&D 사업에 적용하는 사업타당성조사를 먼저 적용하는 것을 제안한다. 우주항공청의 대형 R&D 사업 예산 심의에 대해 기존의 예타 대신 방위사업청과 같이 사타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방위사업청은 우주사업과 관련해 체계, 선행, 선도 기술 개발 등 다양한 형태로 많은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주항공청(옛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은 유사 사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매우 느리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어 정작 우주항공 R&D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방위사업청보다 어렵다. 대부분의 국방 R&D 사업은 대표적인 추격형 사업이고 목표도 명확해 사타로도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우주항공 분야도 국방이나, 공공이나 R&D 성격상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에 우주항공청의 R&D 예산에 대해서도 예타 대신 사타를 우선 적용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우주항공청이 당장은 R&D 예산 외에는 재정 투입 방법이 없는 만큼 예산 확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국방 R&D 사업 심의 체계와 사타를 원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우주항공청이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혁신을 선도하고 나아가 5대 우주강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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