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인 에마누엘 마크롱과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가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럽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공동으로 기고했다. 유럽연합(EU)의 공동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동맹(CMU)와 같은 더 많은 단일 시장(Single market)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두 사람은 이날 각자의 이름과 함께 작성된 ‘우리는 유럽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we must strengthen European sovereignty)’는 제목의 기고를 FT 홈페이지에 우선 공개했다. 지난 26일부터 사흘 간 이어지는 마크롱 대통령의 독일 국빈 방문 일정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에 국빈으로 방문한 것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이들은 내달 6~7일 EU 27개 회원국 전역에서 실시하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의제를 제안하려는 목적으로 기고를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기고를 통해 유럽이 팬데믹과 러시아의 침략 전쟁, 지정학적 변화 등에 맞물려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 직면해 있으며 “도전에 맞서지 않으면 필멸의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친환경과 디지털 전환의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회복력을 높이는 것이 도전에 대응하는 핵심”이라며 “프랑스와 독일은 EU 다음 임기를 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추진력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가 말하는 새로운 추진력이란 크게 다섯 가지다. 두 사람은 “미래의 시장과 산업, 좋은 일자리라는 공통의 야망에 부응하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는 EU가 더 많은 혁신, 더 많은 단일 시장, 더 많은 투자, 더 공평한 경쟁의 장, 더 적은 관료주의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피력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EU의 주권을 강화하고 미국 등 타국에 대한 중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산업 정책을 통해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우주, 5G·6G, 생명공학, 넷 제로 기술, 모빌리티, 화학 등 미래 핵심 기술의 개발과 출시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은 “유럽 공동의 관심사인 중요한 프로젝트부터 공공 조달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기존 EU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고 대폭 가속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해 경쟁 규칙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AI와 건강 등의 영역에서는 최첨단 연구와 혁신, 인프라 촉진을 통해 EU의 기술 역량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의 가장 큰 경쟁 강점 중 하나인 단일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확장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두 사람은 “우리는 현대화된 단일 시장을 통해 파편화와 장벽을 줄이고, 연결성을 촉진하며, 기술을 향상시키고, 이동성과 융합을 촉진하며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EU의 이익을 증진하는 동시에 무역 파트너에 호혜적인 시장 접근 기회를 제공하는 등 공정한 경쟁을 위해 행동할 것을 권했다. 이밖에 비즈니스에 더 간단하고 신속한 행정 절차를 제공하고 관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고 의무를 25% 줄이겠다는 EU 집행위원회의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두 사람은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공동 투자에 대한 노력을 강조했다. 이른바 자본시장동맹(CMU·Capital Markets Union)을 공론화한 셈이다. 이들은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많은 기업들이 대서양 건너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너무 많은 유럽의 저축이 유럽의 가장 유망한 스타트업과 스케일업에 투자되지 않고 해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투자를 동원하려면 은행과 자본시장 연합을 핵심으로 하는 진정한 통합 유럽 금융시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유럽 증권화 시장을 재가동하고 EU 전체 자본시장 감독의 통합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으로 유럽 금융 부문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독일 순방을 진행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27일 드레스덴 성모교회 광장에서 연설을 하며 유럽 공동 방위체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공동의 새로운 안보 개념을 구축해야 한다”며 “유럽의 진정한 통일 혹은 통합은 우리가 스스로 국방과 안보의 틀을 확립할 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